꽃게 모양 그대로 구워낸 이색 과자
'고추냉이·김' 입맛 변화 맞춰 매출 두배
러시아 점유율 한때 80% '과자 한류'
꽃게랑은 1986년 9월 당시 빙그레가 제과사업에 처음 진출해 선보인 첫 과자입니다. 농심 새우깡보다는 15년, 바나나맛 우유보다 12년 늦게 나왔지만 독특한 모양 덕분에 출시 넉 달 만에 23억 원 어치나 팔려나가며 주력 스낵으로 자리를 잡았죠.
빙그레는 농심 새우깡과 차별화하기 위해 파스타를 만드는 틀을 개조해 '꽃게' 모양 반죽을 구워냈습니다. 과자(스낵)는 보통 기름에 튀겨 만들지만 꽃게랑의 경우 형태를 유지하고 얇고 바삭한 식감을 내기 위해 굽는 방식을 선택한 겁니다.
제조 과정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⑴ 꽃게 엑기스 6.5%를 섞은 반죽을 꽃게 형태 펠렛으로 찍어낸 뒤 ⑵물기를 잘 말려 ⑶소금통 속에서 천천히 부풀려 구워내 ⑷포장하면 매장에서 우리가 집어드는 그 과자가 됩니다. 살이 오른 듯 통통하고, 손가락으로 집어들기에 앙증맞은 크기의 간식 혹은 맥주 안주로 재탄생하는 거죠.
●꽃게랑의 제조공정
펠렛 성형(꽃게 성형틀로 찍어 말랑한 상태) → 펠렛 건조(꽃게 형태로 말리는 과정) → 펠렛 팽창 (소금 드럼에 펠렛 구워 팽창) → 중량 계량 및 소분(포장 전 중량 70그램 맞춰 계량) → 선별(이물질 검출) → 로봇 포장
그런데 이런 꽃게랑이 오늘날까지 35년간 명맥을 이어오기까진 적지않은 굴곡을 겪었다는 걸 아시나요? 빙그레 홈페이지에 1999년부터 2005년까지 기록이 없답니다. 이 기간 4,200%가 넘는 부채와 누적 적자로 시달린 시기가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뉴면', '콩면' 등 히트작을 내놓은 라면 사업을 포기했고 제과 사업도 위탁 경영해야 했죠. 현재도 빙그레의 과자들의 유통은 크라운제과가 대신 맡아 비용을 줄이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다른 과자들과 함께 존폐 위기에 있던 꽃게랑은 1992년 한국에서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던 선원들에 의해 러시아 현지에 알려진 뒤 기사회생합니다. 2006년부터는 아예 러시아 식품회사에 로열티를 수출해 크랍칩시라는 이름으로 팔렸는데 한때 과자시장 80%를 점유하며 '국민 간식' 지위에 올라섰습니다. 러시아 경기침체로 판매량이 줄었다지만 지난해에서만 약 2천만 달러, 우리 돈 240억 규모 매출로 한국에서보다 더 잘 팔립니다.
빙그레는 이후 과거 추억 속 과자가 아니라 달라진 입맛을 겨냥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2015년 이연복 셰프를 모델로 세운 불짬뽕맛 꽃게랑을 선보여 국내 판매규모를 두 배로 늘렸고, 이듬해엔 맥주 안주인 고추냉이 과자에 착안해 만든 고추냉이맛, 커리맛, 청양고추맛 등을 내놓으며 국내 매출도 끌어올렸습니다. 올해는 광천김과 콜라보를 맺고 김맛 꽃게랑까지 내놓으며 '어른'입맛을 겨냥한 전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식품산업 통계를 보면 국내 스낵부문 규모는 2017년 1조 3천억 원, 2018년 1조4천억원에서 지난해 약 1조 원 규모로 줄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집콕'이 늘어나 지난 1분기 식품회사마다 많게는 30%씩 과자 판매가 회복되었지만 새우깡, 꼬깔콘, 홈런볼처럼 팔리는 제품만 찾는 경향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제과부문 매출 비중이 작지만 불고기향이 나는 쟈키쟈키, 스모키베이컨, 당시에도 파격이었던 케첩에 찍어먹는 과자 야채타임, 그리고 입천장 까지는 줄 모르고 집어먹게 되던 꽃게랑까지 이색 과자를 꾸준히 만들어온 빙그레가 요즘 10대와 20대 입맛을 잡고 장수 브랜드 역사를 이어갈 수 있을까요?
▷ 제조의 비밀 유튜브로 보기
《제조의 비밀은 유튜브 채널 버드나루 살롱 '홍선애의 눈에 선해'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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