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의 입·퇴원 기준을 바꿔 병상 관리를 효율화해야 한다는 전문가 조언이 나왔다.
정부는 경증환자들이 병상을 차지해 정작 입원 치료가 필요한 중환자를 위한 병상이 부족한 일이 빚어지지 않도록 입·퇴원 기준 등을 변경해 이번 주 중 발표할 예정이다.
이 같은 병상 관리의 필요성을 뒷받침해줄 분석 결과도 나왔다. 국내 코로나19 환자 3천여명을 분석한 결과 입·퇴원 기준을 변경하면 저위험 환자의 입원일수를 5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특히 코로나19 환자 50명이 퇴원하면 신규 환자 500명을 치료할 여력이 생기는 것으로 파악됐다. 효율적인 병상 관리가 코로나 19가 대규모로 유행할 때 벌어질 수 있는 병상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21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내 55개 병원에 입원한 3천60명의 코로나19 환자 임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한 뒤 효율적인 병상 관리 방안을 제안했다.
환자의 입원일수가 줄어들면 제한된 병상 등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어 중증·응급 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지난 20일 기준 국내 음압병상 1천986개 중 입원 가능한 병상은 749개 병상이다. 특히 중환자용 음압병상 546개 중에서는 115개만 비어있다.
최근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 수도권과 대전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수도권의 중환자 치료병상은 328개 몰려있지만, 현재 입원 가능 병상은 38개(서울 24개·인천 10개·경기 4개)에 불과하다. 대전은 13개 중 3개가 비어있다.
이에 정부는 수도권에서 병상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예를 들어 환자 중 상태가 중증으로 갈 위험이 높은 경우 서울·경기·인천이 정보를 공유해 병상을 사전에 배정하는 대응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중앙임상위는 입원한 환자 중에서 50세 미만 성인이면서 증상 발생 10일까지 산소치료가 필요 없는 경증이거나, 산소치료를 받았더라도 치료를 중단한 지 3일 이상 지났다면 적극적으로 퇴원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애초에 입원 단계에서 환자를 선별하는 데 이어 입원 후에도 중증으로 진행하지 않는 환자를 조속히 퇴원 시켜 병상을 효율화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오명돈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은 "경증 환자 50명을 퇴원시켜서 남는 병상에 중환자를 받으면 500명을 치료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의 80∼90%는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고 나을 수 있는 사람들인데, 이들 때문에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할 환자들의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게 비율로 따지면 1대 10 정도가 되기 때문에 50명 퇴원시키면 500명을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 교수 역시 코로나19 특성을 고려해 퇴원 기준을 설정해야 효율적인 방역 대책이 이뤄질 것으로 봤다. 코로나19는 발병 직전이나 초기에 바이러스 배출이 많고 이 기간이 지나면 전파력이 크게 낮아진다.
방 교수는 "증상이 발생한 지 5일 이상 된 코로나19 환자는 감염력이 거의 없다"며 "이런 사람들을 퇴원시키고 이제 막 확진돼서 남한테 막 전파하는 사람들을 입원시켜야 방역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의 고도비만이거나 분당 호흡수 22회 이상이거나 수축기 혈압이 100mmHg 이하이거나 의식 저하를 보이는 환자,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 65세 이상 고령자 등은 코로나19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우선 입원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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