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및 증여로 자금 마련
청약시장에서 밀려난 30대들의 서울 아파트 매수 행렬이 계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약 가점제 확대로 당첨권에서 멀어진 30대 `청포자`(청약 포기자)들이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생각에 기존 주택 매입을 서두르는 것으로 보인다.
23일 한국감정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총 4천328건으로, 이 가운데 30대가 29.0%인 1천257건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많다.
기존에 주택 매매 시장을 주도하던 40대(27.8%·1천204건)를 근소한 차이로 제치면서 50대(17.8%·772건)를 압도했다.
30대가 40대를 앞지른 것은 올들어 1월부터 5개월 연속이다.
30대의 아파트 매입이 활발한 것은 청약시장에 가점제 물량이 확대되면서 가점에서 밀린 30대들이 기존 주택 매입에 나섰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서울에서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는 신규 청약에서 100% 가점제 적용을 받는다.
최근 대부분 서울 아파트 청약 가점은 최하점이 50∼60점을 웃돌아 부양가족 수가 적고 무주택기간이 짧은 30대는 당첨권에서 멀어진 상황이다.
당장 지난달 29일 동작구 흑석리버파크자이 청약에서는 가점 만점자(84점)가 등장하기도 했다.
서울 주요 지역 청약이 30대에겐 `그림의 떡`인 상황이 되면서 이들에게 `청포자`라는 자조 섞인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30대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생애 첫 주택구입인 경우 대출 규제가 덜한 경우가 많다는 점도 30대의 기존 아파트 구매가 증가한 이유로 꼽힌다.
일부는 부모로부터 증여 등을 통해 자금 지원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30대의 아파트 매입은 직장이 몰려 있어 출퇴근이 용이한 도심권에서 두드러졌다.
성동구의 경우 30대 매입 비중이 40.0%로 가장 높았고, 성북구 39.5%, 영등포구 33.7%, 동대문구 33.5% 등의 순이었다.
새 아파트가 많고 교통여건이 개선되고 있는 강서구(33.2%)나 학군 수요가 많은 양천구(32.4%),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구로구(31.8%) 등도 30대 매입 비중이 높았다.
마포구(31.7%), 금천구(30.6%), 서대문구(30.6%), 중구(30.0%)도 30대 매입자가 30%를 넘겼다.
이에 비해 고가 주택이 몰려 있는 `강남 3구`에서는 40대 매입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서초구는 전체 매입자의 36.5%가 40대였고, 강남구와 송파구는 40대가 각각 35.8%, 34.2%였다. 세 지역의 30대 매입 비중은 각각 21.5%, 22.5%, 27.4%로 40대와 비교하면 10%포인트 안팎의 차이가 났다.
광진구(35.0%), 서대문구(33.3%), 노원구(31.9%), 강북구(31.0%), 용산구(27.3%) 등도 40대가 가장 많이 아파트를 산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아파트 기준으로는 40대의 매입 비중이 25.7%로 가장 높았고 30대(21.2%), 50대(20.5%), 60대(12.1%) 등의 순이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의 경우 가점이 낮아 청약시장에서 소외된 30대들이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확신을 얻지 못하자 조바심을 내며 기존 주택 매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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