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계획(자구안)을 이행 중인 두산그룹이 친환경 에너지 부문을 남긴다는 원칙 아래 계열사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조 자구안`을 맞추려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두산밥캣까지 팔아야 한다는 채권단도 두산퓨얼셀 등 친환경 에너지 계열사 매각은 압박하지 않는 분위기다.
23일 금융권과 재계에 따르면 채권단으로부터 3조6천억원을 지원받은 두산중공업은 친환경 에너지 전문기업을 목표로 사업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외부 컨설팅을 토대로 9월까지 두산중공업에 대한 실사 작업이 이어질 전망이다.
두산그룹은 가스터빈 발전사업과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큰 축으로 두산중공업의 사업 재편 방향을 잡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원칙은 두산중공업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에 적용된다는 것이 채권단의 시각이다.
결국 그룹에서 친환경 에너지 분야가 아닌 사업은 정리 대상이라는 의미다.
채권단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소식은 결국 두산그룹 사업이 친환경 에너지 방향으로 간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건설기계·엔진 생산업체로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애초 매각 후순위로 거론됐으나 결국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두산인프라코어를 포함해 현재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는 두산그룹의 계열사들은 친환경 에너지 사업과는 거리가 있다.
일찌감치 매물로 나온 두산솔루스는 전지박과 OLED·화장품·원료의약품 소재 등 첨단소재 사업을 한다. 전지박은 2차전지의 음극부분에 씌우는 얇은 구리박으로 전기차용 배터리 핵심 부품이다.
㈜두산의 모트롤(유압기기)사업부는 이미 시장에 나와 있고 산업차량 사업부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유압기기는 주로 굴삭기에 쓰이는 주행 모터, 메인 펌프 등으로 작년 매출이 5천억원대 중반이다. 지게차를 생산하는 산업차량 사업부는 매출이 작년 9천억원대로 현재 국내 1위다.
두산메카텍은 정밀화학과 석유화학 공장에 쓰이는 장치류를 제작해 공급하는 사업을 한다.
두산중공업이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자금을 지원해온 두산건설은 매각 대상이고, 두산타워와 두산중공업의 비핵심사업인 골프장 클럽모우도 매물로 나와 있다.
벤처캐피탈 사업 네오플럭스도 이미 매각 주관사가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미국과 유럽에 소형 건설기계를 판매하는 두산밥캣도 매물로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된다.
특히 다른 계열사나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해 약속한 3조원을 맞추지 못할 경우 그룹은 밥캣 매각까지 각오해야 할 분위기다.
두산그룹에서 친환경 에너지와 관련한 기업은 두산퓨얼셀과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NI) 등이 있다.
두산퓨얼셀은 ㈜두산의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부가 분사한 회사다. 연료전지는 수소를 이용하는 고효율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두산의 100% 자회사인 DNI는 수소연료 전지를 탑재해 두 시간 이상 비행이 가능한 수소 드론을 개발한다. 올해 초 국제가전박람회(CES)에서도 주목을 받았고 최근엔 군에서 군사용 이용을 검토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두산도 모트롤(유압기기) 사업부 등 친환경 에너지와 관련 없는 사업들만 매각하고 나머지 사업들은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회사 오리콤과 두산베어스 등은 매각 명단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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