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복귀를 추진하면서 강하게 질타받는 강정호(33)가 "야구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며 고개를 숙였다.
강정호는 23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내 잘못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 어떤 말로도 죄를 씻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라며 "내가 한국에서 야구할 자격이 있는지 여러 번 생각했다. 그래도 정말 반성하는 모습을 야구팬들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강정호는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후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미국에서 뛸 때 국내 취재진을 만난 적은 있지만, 사건에 대해 직접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강정호는 "한국에서 뛸 수 있게 해주신다면 첫해 연봉 전액을 음주운전 피해자에게 기부하고 음주운전 캠페인에 꾸준히 참여하겠다. 은퇴할 때까지 기부하고, 비시즌에 재능 기부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에서 머물던 강정호는 5일 귀국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병 검역 절차를 마친 뒤 곧바로 14일간 자가격리를 시작했고, 23일 미디어 앞에 섰다.
2006년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데뷔한 강정호는 2014년까지 한 팀에서만 뛰고 2015년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거쳐 미국프로야구 피츠버그 파이리츠로 이적했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입성 첫해인 2015년 유격수와 3루수를 오가며 12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7, 15홈런, 58타점을 올렸다.
그해 9월 18일 유격수로 출전한 시카고 컵스와 홈경기에서 상대 팀 크리스 코글란의 거친 슬라이딩에 왼쪽 무릎을 다쳐 수술대에 오를 때는 국내 팬뿐 아니라, 미국 팬들의 격려 메시지가 쏟아졌다.
2016년 부상을 극복하고 빅리그에 복귀한 그는 그해 103경기 타율 0.255, 21홈런, 62타점을 올렸다.
성공 가도를 달리던 강정호는 음주 사고로 무너졌다. 그는 2016년 12월 서울에서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일으켰고, 조사 과정에서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나 더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은 강정호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팬들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강정호는 미국 당국의 비자 발급 거부로 2017년을 통째로 쉬고 2018년 우여곡절 끝에 다시 미국 땅을 밟았지만,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2019시즌 종료 뒤 방출당했다.
미국에서 새 소속팀을 찾지 못한 강정호는 5월 20일 임의탈퇴 복귀 신청서를 KBO 사무국에 제출하고 국내 복귀를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이에 KBO는 지난달 25일 상벌위를 열고 강정호에게 1년 유기 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 징계를 내렸다.
강정호는 KBO리그에서 그의 보류권을 지닌 키움 히어로즈가 임의탈퇴를 해제하고 입단 계약을 해야 1년 유기 실격 징계를 소화할 수 있다.
키움 구단은 여론 등의 추이를 지켜보고 내부 논의를 통해 계약 문제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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