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의 행복이란 말이 있다. 김치찌개에 막걸리 한잔의 사소함이라고 할까? 치킨에 맥주 한잔의 여유로움이라고 할까?
한국 돈 만원이면(라오스에서는 7만킵) 라오스에서는 어떤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까?
만원이면 쌀가게에서 7kg정도의 쌀을 살 수 있다. 한국에서는 경기미 20kg한포대가 5만원 정도하니, 여기 쌀 가격이 절반 값 정도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20Kg이 2만 원 정도에 거래되는 곳도 있어, 라오스 쌀 가격이 절대적으로 싸다고는 할 수 없다. 더구나 낮은 인건비(월평균 20만원)를 감안한다면 오히려 비싼 것일 수도 있다.
점심 때 현지 라오스 식당에서, 만원이면 라오스 쌀국수(까오삐악)를 4인분을 주문할 수 있다. 쌀국수가 아닌 밥과 고기가 나오는 현지 음식 값도 비슷하다. 하지만 라오스에 있는 한국식당에서는 대부분의 음식값이 7천원 정도다. 짬뽕 값도 덩달아 7천원 정도로, 한국보다 싸지가 않다. 낮은 임대료와 낮은 임금을 생각할 때 라오스에서 식당사업은 매력적인 것처럼 보인다. 다만 비싼 음식을 먹을 손님 확보가 관건이다.
점심을 먹고 친구들과 아마존 카페에 들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했다. 2천원 정도다. 한국 스타박스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약 5천원) 값보다는 싼 편이다. 하지만 커피의 품종과 질은 잘 모르겠다. 이곳도 커피 산지지만 커피 애호가가 아닌 나에게 커피는 늘 쓴 맛이다.
주유소에 들려 경유를 주유했다. 원유값 하락으로 이곳도 기름값이 떨어졌다. 정유시설이 없어 태국 등 이웃 나라에서 수입하여 공급하고 있다. 만원이면 경유 10리터 넘게 주유한다. 한국에서는 주유소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9리터 정도 주유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이곳이 정유시설이 없어도 기름 값이 10% 정도 싼데, 문제는 이곳에서는 사시사철 밤낮으로 에어컨을 틀고 다녀야해서 주유비가 더 많이 든다. 가성비 면에서 차량 유류비가 10% 싼 게 아니라 10% 더 비쌀 것 같다.
아직도 이곳에는 이발소가 많다. 유리창문도 없이 비닐막으로 햇살을 가리는 이발소에서는 조발은 5천원 정도이고, 미장원에서는 보통 8천원에서 2만원 정도 한다. 한국과 비교해서 그리 싸지는 않다. 차이점이 있다면 미장원에 가면 미용사의 숙련도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는 것. 10년 된 아가씨가 머리를 자르면 7천원, 원장이 자르면 2만원. 가격차별화가 만만치 않다. 머리를 감겨줄 때 곁들인 머리 마사지가 그나마 위안이다.
저녁에 식당에 들려 4~5병의 병맥주를 시킬 수 있다. 한국에서 가격차가 천차만별이듯 여기도 그렇다. 이곳 슈퍼에서 7병을 살 수 있다. 한국에서는 2~3병 정도 구매 가능하니, 맥주 값은 이곳이 싸다. 맛도 그만이다. 얼음을 듬뿍 타 마시는데, 맥주의 고유한 맛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라오스 사람들은 맥주를 참 좋아한다. 밤새도록 마신다.
이것저것 따져보니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업종이 물장사 같다. 싼 인건비와 싼 임대료를 감안한다면 메콩강 언덕 위에 짬뽕에 막걸리 장사가 가장 근사할 것 같다. 만원에 행복드림이다. 메콩강에 젖은 해를 건져낼 줄 아는 잘 익은 고객들만 만난다면 대박은 따논 당상이다.
칼럼: 황의천 라오스증권거래소 C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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