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국공사태' 청년들 "정부 딴소리만" vs "명문대생 특권의식"

입력 2020-06-27 08:50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안검색 직원 1천900여명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하자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이 반발하고 나선 일명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의 줄임말) 사태`의 후폭풍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취준생들은 채용 공정성 시비나 청년 일자리 감소 등 나름의 이유를 갖고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정부가 자세한 설명 없이 "청년 일자리 뺏기가 아니다"라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한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반면 이런 비판이 일부 명문대생들의 특권의식에서 비롯했다는 시각도 있다.
27일 55만명 이상이 가입한 인터넷 카페 `공기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공준모)의 `인국공 문제 토론방` 게시판에는 이번 사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들이 잇따랐다.
이들은 `팩트체크`, `인국공사태 정리` 등의 제목의 글들을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청와대와 정치권의 해명에 "우리들이 제기한 문제에 딴소리한다"고 지적했다.
이 카페에서 취준생들이 밝히는 가장 큰 우려는 공사의 직고용 방침으로 당장 자신들의 일자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정규직이 약 1천500명인 공사에 갑자기 1천900명의 정규직이 새로 들어오면 신규 채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공기관은 기획재정부 예산 편성 지침에 따라 인건비 총액을 정해두고 그 안에서 직원 월급 등을 주는 총액인건비 제도를 적용받는다. 인천공항공사 직원이 2배 이상으로 증가해도 총액인건비가 그에 비례해 늘기 어려우니 신규채용도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것이 취준생들의 전망이다.
다수인 보안검색 요원들이 노동조합의 주도권을 쥐고 동일임금이나 사무직렬 전환 등을 요구하면 그만큼 청년 일자리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이들이 내놓는 걱정이다.
그러나 이런 우려에 정부에서는 자세한 설명이나 대안 없이 "청년 일자리를 뺏는 것은 아니다"는 말만 반복한다고 취준생들은 지적한다.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하는 양모(27)씨는 "`향후 5년간 청년채용 규모를 줄이지 않겠다`든지 `공사법에 사무직렬 전환은 불가능하다고 명기하겠다`는 등 구체적 보완 방법을 말해야지 청년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는 소리만 한다"며 "문제를 지적하는데 가짜뉴스에 속고 있다고만 하니 더 화가 난다"고 말했다.
과정의 불공정함도 이들이 문제삼는 지점 중 하나다. 다른 비정규직들은 자회사 정규직으로 신분을 옮겼는데 보안경비 요원만 공사에서 직고용하고, 특히 2017년 5월 이전 입사자는 경쟁 없이 사실상 100% 직고용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비판한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 이모(25) 씨는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아야 공정한 것인데 이런 식으로 합당한 기준 없이 직고용되는 것은 공정이라고 볼 수 없다"며 "`조금 더 배웠다고 임금 2배 더 받는 게 불공정`이라는 정치인의 말에 분노를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런 목소리가 모든 청년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공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수준의 소위 `명문대`를 나왔거나 오랜 기간 시험을 준비할 수 있을 만큼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일부 청년들만의 특권적 분노라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3년간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펼쳐왔는데 이번에 갑자기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이상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인터넷 취업 카페에는 "왜 인천공항만 유독 이슈인지 모르겠다", "상시·안전업무 직접 고용이 이번 정부 공약인 거 몰랐느냐"는 내용의 글도 여럿 올라왔다.
아르바이트하며 경찰공무원을 준비한다는 박모(28)씨는 "인천공항이 일명 `공기업 끝판왕`이고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큰 명문대 학생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곳이다 보니 더 이슈가 되는 것 같다"며 "내 경우엔 `인천공항 청원경찰`이라는 가고 싶은 일자리가 새로 생긴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노동조합을 표방하는 시민단체 `청년유니온`은 "공항의 필수 업무인 보안검색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는 것은 상식"이라며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로또`라 지칭하는 것에 환멸을 느낀다"고 꼬집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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