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도 폭행과 폭언, 휴대전화도 감시"...고 최숙현 이어 추가 피해자 증언

입력 2020-07-06 11:17  




고(故) 최숙현 선수가 가해자로 지목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감독과 주장 선수는 혐의를 부인한다.

하지만, 최숙현 선수와 경주시청에서 함께 뛰었던 동료들이 용기를 내 `고인이 당했던 폭행`을 증언하고, 자신들이 겪은 폭행도 폭로했다.

현역 선수인 두 명은 6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을 찾아 담담한 목소리로 준비한 문서를 읽었다.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 담긴 가해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특히 추가 피해자들은 고 최숙현 선수가 남긴 녹취 파일에는 자세히 드러나지 않았던 주장 선수의 폭행, 폭언 사례를 증언했다.

두 선수는 "가혹행위는 감독과 팀닥터만 한 게 아니다. 주장 선수는 선수들을 항상 이간질하고, 폭행과 폭언했다"며 "같은 숙소 공간을 쓰다 보니, 24시간 주장의 폭력과 폭언에 노출됐다. 제삼자에게 말하는 것도 감시받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례가 이어졌다.

둘은 "주장 선수는 숙현이 언니를 정신병자라고 말하며, 다른 선수와 가깝게 지내는 것도 막았다. 아버지도 정신병자라고 말했다"며 "숙현이 언니가 팀닥터에 맞고 나서, 휴대전화를 보며 울 때도 `쇼하는 것, 뒤에서 헛짓거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주장 선수는 훈련하면서 실수하면 내(추가 피해자) 멱살을 잡고 옥상으로 끌고 가 `뒤질 거면 혼자 죽어`라며 뛰어내리라고 협박해 `잘못했다, 살려달라`고 사정했다. 감기, 몸살이 걸려 몸이 좋지 않았는데도 훈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른 선배를 시켜 각목으로 폭행하게 했다"고 전했다.

휴대전화 사용조차 조심스러웠다.

추가 피해자는 "주장 선수는 내가 잠이 들자, 몰래 방에 들어와 휴대전화 잠금을 풀고, 내 모바일 메신저를 읽었다"고 밝혔다.

감독의 폭행과 팀닥터의 성추행 문제도 제기했다.

두 선수는 2016년 콜라를 한 잔 먹어서 체중이 불었다는 이유로 20만원 정도의 빵을 먹게 한 행위, 견과류를 먹었다는 이유로 폭행한 행위, 2019년 3월 복숭아를 먹었다고 감독과 팀 닥터가 술 마시는 자리에 불려가서 맞은 장면 등을 증언했다.

또한 "팀닥터라고 부른 치료사가 자신을 대학교수라고 속이고, 치료를 이유로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며 "팀닥터는 `최숙현을 극한으로 끌고 가서 자살하게 만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팀닥터의 추가 혐의를 제기했다.

두 선수는 "경주시청에서 뛰는 동안 한 달에 열흘 이상 폭행당했다"고 `악몽 같았던 시간`을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둘은 경주시청을 떠나 다른 팀에 둥지를 틀었다.

그러나 팀을 떠난 뒤에도 느꼈다.

추가 피해자는 "경주경찰서 참고인 조사에서 담당 수사관이 최숙현 선수가 신고한 내용이 아닌 자극적인 진술을 더 보탤 수 없다고 일부 진술을 삭제했다. 벌금 20∼30만원에 그칠 것이라며 `고소하지 않을 거면 말하지 말라`고 하기도 했다"며 피해자와 참고인을 보호하지 못한 수사 기관의 모습을 지적하기도 했다.

추가 피해자의 기자회견을 도운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은 "고 최숙현 선수 사건으로 신체적, 정신적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음에도 동료 선수들이 당시 상황을 직접 증언하고자 큰 용기를 냈다"며 "선수들을 반드시 지켜드릴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세상을 떠난 고 최숙현 선수는 동료들에게 `용기`라는 유산을 남겼다.

이들이 용기를 낸 덕에 최숙현 선수가 생전에 밝히고자 했던 `실상`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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