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교총 "관료적 발상의 면피용 조치…즉시 철회해야"
8일 정부가 `코로나 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개신교회의 정식 예배 외 소모임과 각종 행사를 전면 금지하면서 교계 연합기관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
개신교 최대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이날 `중대본 교회 소모임 제한에 대한 논평`을 내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은 이번 조치를 즉시 철회하고, 자발적인 방역지침 준수 방안을 제시하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교총은 "중대본은 현재의 방역단계에서 `모임이 문제가 아니라, 참여자의 방역지침 준수 여부`임을 간과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단체는 "중대본의 교회 내 소모임 금지 및 단체식사 금지 의무화 조치는 그간 코로나 19 확산방지를 위한 교회의 노력에 반하는 것으로서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이미 한교총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공동으로 교회 내 소모임과 여름 교육행사 자제를 강력하게 권고한 상황에서 중대본의 이번 발표는 지극히 관료적 발상의 면피용 조치로 심히 유감"이라고 비난했다.
한교총은 "일반 모임이 대부분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교회의 소모임만을 감염의 온상이 된 것처럼 지목한 것은 확인과 수치화가 쉬운 점을 악용해 안이하게 대응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 단체는 "이번 조치로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10% 이상의 감염원을 모르는 소위 `깜깜이 확진자`를 양산해 온 방역당국이 책임을 피할 수 있을까"라고 되물으며 "교인들이 식당이나 카페에서 모임을 갖고 함께 식사하는 것은 문제가 없어도 교회에서 함께 식사하는 것을 처벌하겠다는 발상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교계 다른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연합(한교연)도 `정세균 총리는 한국교회를 코로나 19 가해자로 인식하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 "한국 교회 전체를 싸잡아 감염병 전파의 온상으로 지목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에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핵심 방역수칙을 위반할 경우 교회 관계자뿐만 아니라 이용자에게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한 것은 협조 요청이 아니라 사실상의 위협과 강제적 겁박 수준이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새에덴교회의 소강석 목사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몇몇 교회의 소그룹 모임을 통해 확진자가 나오고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것에 대해 목사의 한 사람으로서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면서도 "(오늘) 중대본의 발표를 듣고 보니 신성한 교회의 존엄성과 가치가 무시당하는 것 같아 속상한 마음이 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교회도 방역을 더욱 잘 지켜야 하겠지만, 이렇게까지 조치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목사의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분한 마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부의 교회 정규 예배 이외 행사 금지를 취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 오후 5시 15분 현재 2만4천명가량이 동의를 나타냈다.
교계에서는 이런 반발 속에도 정부 소모임 금지 조치를 적극 이행하자는 당부 목소리도 나온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이영훈 담임목사는 이날 수요예배 설교에서 "우리 교회는 지금까지 성도님들이 방역 지침을 잘 지켜주셔서 한 분도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는데 앞으로도 마스크 착용을 잘하고, 거리 두기를 꼭 지켜주시고, 손 소독과 실내 방역 등을 잘해 어려움을 극복하게 되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련회나 캠프 등 모든 여름 행사와 소규모 모임을 취소해 코로나 19의 빠른 종식에 협조해 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