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방한 계기에 북한에 유화적 메시지를 발신하며 대화의 손짓을 보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방송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거듭 강조하며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거론했고, 비건 부장관은 한반도의 평화로운 결과 도출 의지를 재확인하며 올해 내 진전을 기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3차 북미정상회담 카드를 띄우면서 대선 전 `10월의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가 현실화할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비건 부장관이 미국과 마주 앉을 생각이 없다는 북한을 향해 "우리는 만남을 요청하지 않았다"며 방한의 주목적이 동맹인 한미 간 조율에 있음을 분명히 함에 따라 곧바로 북미 간 진전이 이뤄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미 `그레이TV` 인터뷰에서 3차 북미정상회담 관련 질문에 "나는 그들(북한)이 만나고 싶어하고 우리도 분명 그러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도움이 된다면 회담할 것이라고 긍정적 답변을 내놨다.
특히 이 발언은 비건 부장관의 방한 기간에 나와 더욱 주목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협력 복원은 물론 대선 전 북미정상회담 필요성을 거론,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촉진자 역을 다시금 자임하고 나선 상황까지 고려하면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쇼` 가능성은 없지 않다.
특히 비건 부장관의 9일(한국시간) 청와대 방문에서 관련 논의가 우리 정부와 추가로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3차 정상회담이 실제 추진되면 악화일로의 한반도 상황을 반전시키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미 대선 전에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것 같지 않다며 그 가능성을 낮게 내다봤던 비건 부장관의 지난달 말 발언과는 다소 온도 차가 느껴지는 것이기도 하다.
비건 부장관은 8일 약식 브리핑에서도 김 위원장에 대해 `권한이 있는` 협상 카운터파트 임명을 공개적으로 촉구하는 등 `선(先) 실무협상 진전, 후(後) 정상회담` 입장을 재확인했다.
더욱이 북한이 당장 대화 테이블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이는 만큼 3차 북미정상회담 카드가 실제 탄력을 받을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상황 관리 차원에서 이러한 언급을 꺼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하고 대미 대화를 공개적으로 거부한 가운데서도 올리브 가지를 계속 내밂으로써 추가 도발 등 궤도이탈을 차단, 대선 국면에서 북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측면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개최와 관련, `도움이 된다면`이라는 전제를 깔았으며 구체적 시간표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북핵 프로그램과 관련, "아직 운반수단(no delivery) 등등이 없다. 아무튼 9천마일 떨어져 있다" 등의 발언도 내놓은 것을 두고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북한이 본토를 직접 위협하지 않는 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기존 인식의 연장 선상에서 돌발 변수가 없는 한 북한 문제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뜻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허 스타일 등을 감안할 때 각종 악재로 지지율이 하락,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 재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이 되면 반전 모색 차원에서 3차 회담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내 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비건 부장관이 이날 남북협력과 관련, 한국 정부에 대한 완전한 지지 입장을 밝힘에 따라 미국이 한미워킹그룹 운영에 변화를 가함으로써 남북협력을 촉진, 돌파구를 모색해갈 가능성도 주목된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대북 대화 재개를 위한 의지를 내비치면서도 북한을 향해 단호한 표정으로 분명한 목소리를 발신, 눈길을 끌었다.
그는 김 위원장에게 실무협상 재개를 위한 자신의 카운터파트 임명을 공개적으로 촉구하는 한편으로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제의를 거듭 거부한 데 대해서도 북한과 만남을 요청한 바 없다고 이례적으로 반박했다.
특히 사전 배포자료에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과 존 볼턴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향해 "낡은 사고방식에 사로잡혀있다. 무엇이 가능한지 창의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부정적인 것과 불가능한 것에만 집중한다"고 비판하는 내용도 담겼다. 볼턴 전 보좌관의 경우 최근회고록에서 자신의 대북 협상 기조를 비판한 것을 겨냥, 작심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제 발언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포함되지 않았다. 북한에 대한 과도한 자극을 피하기 위한 수위조절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미국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보다 온건한 메시지를 발신하고 북한의 지척에 온 비건 부장관은 `할 말`을 하며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는 식으로 강온 역할분담이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로선 비건 부장관이 9일 한국을 떠나기 전에 북미 간 접촉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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