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박병원 "세율 인상만으로는 구멍난 재정 메우는데 한계"

지수희 기자

입력 2020-07-14 14:21   수정 2020-07-14 15:51

박병원 안민정책포럼 이사장은 제 17회 행정고시 합격 후 재정경제부 차관, 청와대 경제비서실 등을 거쳐 우리금융지주 회장, 은행연합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등 정부와 금융, 민간기업 등을 두루 거친 경제통이다. 박 이사장이 은행연합회 회장을 지낼 당시(2013년)설립한 은행권청년창업재단(D.camp)은 18개 금융기관이 5천억원을 출연해 만든 스타트업 지원재단이다. 당시 청년창업을 위한 기관들이 여럿 만들어졌지만 규모가 작아 제대로 지원되지 못한다는 점을 발견하고 박 이사장 주도하에 만들어진 디캠프는 여전히 국내 최대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디캠프에서 오랜 설득 끝에 박 이사장을 만났다.

박병원 안민정책포럼 이사장이 최근 정부가 세율을 올려 세수를 확보하려는 움직임과 관련해 "세율 인상만으로는 구멍난 재정을 매우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장은 가장 긍정적인 세원 확대 방안으로 기업활동을 자유롭게 해 법인세를 더 거둬들이는 방법을 제안했다.
박 이사장은 한국경제TV와의 인터뷰에서 "조세수입을 늘리려면 세율 인상이나 세원 확대를 해야 하는데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세율 인상 방식은 `가격을 올리면 매상이 오를 것이라는 생각`과 같다"며 "말이 안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했다.
하지만 자동차와 반도체 등 수출 부진으로 주요 대기업의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법인세수가 당초 계획(79조2501억원)에 못미치는 72조1743억원 걷히는데 그쳤다.
박 이사장은 기업들이 제대로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두면 세금을 더 거둬들일 수 있는데 그 길을 모두 막아둔채 구멍을 매우려고 하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의 `가격규제`가 기업활동을 방해하고, 세원 확보에도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박 이사장은 "전국민에게 통신료를 1천원씩 깎아주면 기업의 매출이 약 6천억원이 줄어들게 되는데 국민들이 복지효과를 크게 체감하지 못할 뿐더러 기업은 6천억원의 이익이 줄어들어 세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헸다.
이어 "기업이 6천억원 더 이익을 낼 경우 세금을 많이 걷을 수 있고, 수익이 많이 나니 고용을 많이 하면 국민들도 소득세를 더 많이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매 정권마다 통신비 인하 정책은 끊임없이 등장해왔다.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이동통신 기본료를 당초 1만2천원에서 1만1천원으로 1천원 낮췄고, 박근혜 정부 때는 선택 약정할인율 제도가 당초 12%에서 20%로 상향조정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기본료 폐지`를 공약했지만 여의치 않자 월 2만원대의` 보편요금제`를 추진하기도 했다.
박 이사장은 한전의 사례도 설명했다.
그는 "55조의 자본금을 갖고 시작한 한전도 적자를 내게 해놓으니 세금을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한전은 지난 2013년 11월 이후로 전기요금을 전혀 올리지 못하고 있어 지난해 1조원 3천억원의 적자를 냈다.
박 이사장은 "전기료, 통신료, 카드 수수료, 은행 이자, 대학등록금, 건강보험 수가 등을 모두 정부가 통제하니 관련 산업들이 수익이 날 수 없고, 투자할 용인도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율을 올리기 전에 경제가 정상적으로 움직여서 합당한 세금을 걷고 그 때가서도 세수가 부족할 경우 세율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미 취업한 사람들 위한 노동정책..신규채용 못늘려"
박 이사장은 `노동의 경직성`도 기업의 투자를 막는 걸림돌로 지적했다.
박 이사장은 "기업이 망하기 전에는 해고를 못하는 현재의 경직성 때문에 사업이 위축 됐을 때를 대비해 기업들이 과소고용(過少雇傭)을 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로서는 초과근무 수당을 주고서라도 추가 고용을 하지 않는 것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낫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과거 역대 정권이 이미 채용된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 취업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불리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어 신규채용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01년에는 최저임금이 16.6% 올랐고 10년간 평균 9.7%오르는 오르는 최저임금이 지속 연장됐고 지난 2013년에는 정년이 57세에서 60세로 연장되는 것을 골자로 한 `정년 60세법`이 통과됐다.
또 정기적, 고정적, 일률적으로 주어지는 급여도 통상임금에 포함시킨 법원의 판단이나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대부분이 이미 취업한 사람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것이 박 이사장의 설명이다.
박 이사장은 "업종별 온갖 규제와 가격규제, 일자리 규제를 강화하고 투자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아직 취직하지 못한 젊은이들을 위한 정책을 내놓고 이를 실천할 줄 아는 정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美·中에서 가능한 것 다 할 수 있게 해줘야 韓기업 생존"
박 이사장은 우리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 앞으로 미국이나 중국에서는 가능하지만 한국에서는 안되는 규제들을 모두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대한 글로벌 국가들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는 "역대 정부 모두 규제를 제대로 풀어준 적이 없다"며 "그 때문에 기존에 할 수 있는 사업은 이미 공급과잉에 과당 경쟁을 하고 있고 새로운 산업들을 등장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세계를 무대로 싸우고 있는 플랫폼 기업의 경우 구글과 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은 국내 규제를 피해가지만 네이버와 카카오 등은 각종 규제 때문에 제대로 경쟁하지 못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이사장은 가격규제, 노동의 경직성 외에 토지 규제도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우리 기업이 사업을 하려면 땅을 사서 공장을 지으려고 해도 땅을 못구하거나 땅값이 너무 비싸서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토지 규제를 풀어 땅값을 떨어뜨려 기업들이 자유롭게 생산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정부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리쇼어링`과 관련해서도 기업들이 해외로 나간 이유(노동경직성, 각종 규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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