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판매할 때 일정 수준 이하로 할인을 못 하게 하는 제도를 '도서정가제'라고 하는데요.
창작자와 출판사, 독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대형서점 등 소수에게만 이익이 돌아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승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인터뷰>조홍련 / 인천시 부평구
"책에 쓰는 종이 재질이 너무 좋다고 생각해요. 일반 재질 써도 되는데 좋은 재질 써서 가격을 올리는 거는 안 좋다고 생각해요."
<인터뷰>장미원 / 서울시 아현동
"깨끗이 본 책을 다시 반납하면 리펀드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도서정가제는 창작자와 출판사, 서점, 독자 모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지난 2003년 도입된 제도입니다.
지나친 가격경쟁을 방지해 규모가 작은 출판사에게 활로를 열어주고 신인작가의 출판 기회도 확대해 주겠다는 취지였습니다.
독자들이 양질의 책을 구매할 수 있게 하고 지역 서점을 살린다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창작자가 신인이거나 덜 유명한 경우 출판의 기회조차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출판사들은 할인 판매가 막히면서 재고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재고가 많다 보니 아예 책 발행도 멈추면서 출판사 열에 아홉 곳은 말 그대로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그나마 책을 발행하는 출판사들은 대형 서점에만 책을 공급해 규모가 작은 동네 서점은 사정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전국 서점 수는 1,000개 넘게 사라진 반면, 100평 이상의 대형서점만 세력을 키웠습니다.
도서정가제가 정착되면 책값이 안정화되고 도서소비도 활성화 될 것이란 예상도 빗나갔습니다.
한때(2008년) 오락·문화비 지출 항목 중 1위를 차지했던 서적 구입비는 2018년 4위까지 떨어졌습니다.
소비자 또한 양질의 다양한 책을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인터뷰> 배재광 / 벤처법률지원센터 대표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제품들에는 정가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책만 (정가제가) 있다고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요. 다른 경쟁 상품이 너무나 많은데 가격을 경직되게 유지하면 더더욱 소비가 위축되거든요"
당초 취지가 전혀 작동하지 않으며 시장의 위축만 불러온 '도서정가제'.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정책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한국경제TV 박승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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