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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46대 美 대통령선거 경선…트럼프 운명과 미국 경제 어디로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0-07-20 07:28   수정 2020-07-20 08:25

트럼프, 바이든 후보와의 격차 갈수록 벌어져
세계 최다 코로나19 확진자·사망자 연임 걸림돌
재집권시 '리쇼어링'과 '니어쇼어링' 병행 전망
바이든 집권시 '오바마 헬스 케어' 복원 확실시

또 다른 10년, 2020년대가 출발하는 첫 해 11월에 치러지는 46대 대통령 선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임 여부와 결과에 따라 미국의 경제정책과 세계경제질서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지난 3년 동안 추진해 왔던 대내외 과제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만큼 미국 국민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관심이 역대 어느 대선 때보다 높다.

작년 7월 플로리다 출정식을 시작으로 대선에 뛰어든 트럼프 대통령은 ‘샤이 트럼프(shy Trump·숨은 트럼프 지지층)’의 결집에 나서면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오히려 벌어지는 추세다. 대내외적으로 미국 국민의 표심을 잡을 만한 확실한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 국민은 집권당과 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경제고통지수(MI·misery index)로 평가한다. 경제고통지수는 실업률에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더해 산출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있긴 하지만 경제고통지수가 역대 최고수준이다. 대선을 4개월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에 실패하는 것으로 나온다.

2016년 대선과 마찬가지로 막판에 결정적인 한 방, 즉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prise)’가 절실한 상황까지 몰리고 있다. 옥토버 서프라이즈란 미국 대통령 선거 혹은 중간선거 직전 달인 10월에 발생한 뜻하지 않은 사태로 그때까지 여론조사 등에서 불리한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를 말한다.

‘슈거 하이(sugar high·정치 입문생에 대한 일시적 흥분 기대) 효과’가 사라진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까지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될 만한 변수는 없어 보인다. 트럼프 정부가 가장 주력해 왔던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마찰은 대선 직전까지 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세계 경제 패권 다툼이기 때문이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도 쉽지 않다. 미국 국민은 북한의 핵실험 발사 등을 위협적으로 느끼고 있지만 2018년 3월 이후 지속되고 있는 북한과의 협상이 구체적인 성과가 없는 ‘나토(NATO·no action talk only)’로 인식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복잡한 중동 문제도 마찬가지다.

유일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였던 경기와 증시도 코로나 사태로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오바마 헬스케어 지우기와 초기 대응 미숙으로 코로나 확진자수와 사망자수가 세계에서 제일 많은 방역 후진국으로 전락시켜 미국 국민의 자존심을 훼손시킨 점을 감안하면 연임에 최대 장애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경제가 질적으로 악화된 점도 대선에 막판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노믹스(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의 상징은 감세와 재정지출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크게 확대돼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가 기업인과 고소득층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계층 간 소득 불균형이 더 심화됐기 때문이다.

대선에 다가갈수록 트럼프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간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를 놓고 벌리는 갈등이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에 치러진 중간선거 직전에 금리를 올리는 것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던 자세에서 대선을 앞두고 유럽과 일본처럼 마이너스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고 대놓고 외치고 있다.

46대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대외적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 탈퇴, 파리 신파리 기후협약 불참. 중국과 무역마찰, 중동 정세, 남북한과의 관계 등이 크게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대내적으로도 트럼프노믹스 추진, 헬스 케어와 도드-프랭크 법(단일금융법이라고도 부른다) 등 오바마 지우기 정책 수정, 이민법 개정 등도 갈림길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제2의 옥토버 서프라이즈로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한다면 집권 1기 때 경제정책인 트럼프노믹스를 그대로 밀고 나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노믹스는 오바마 정부가 태생적 한계였던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손상된 국제 위상의 반작용에서 나온 경제정책이다. 글로벌 이익과 자국 이익 간 상충될 때 후자를 중시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집권 2기 때도 통상정책은 보호주의로 흐를 것으로 보이지만 1기 때와 달리 국가별로 차별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대미국 흑자국에게 성장과 고용을 빼앗기는 것으로 인식해 왔다. 이 때문에 이들 국가에 대해 통상압력을 가해 시정하고, 다른 국가와는 공존을 모색하는 ‘차별적 보호주의’로 완성도롤 높여 나갈 가능성이 높다.

집권 2기 때도 중국이 문제다. 트럼프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집권 1기 때는 중국 간 마찰 수위는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역, 통상, 지적재산권, 첨단 기술, 환율 등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남중국해 등 경제외적인 분야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에 걸쳐 마찰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집권 2기 때는 세계 공급망의 중심지를 중국에서 미국으로 재편하는 ‘경제협력 네트워크(EPN)’ 구상에 전력을 다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을 불러들이는 ‘리쇼어링’을 빠른 시일 안에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생산비 등으로 미국으로 옮기기 힘든 기업은 인도와 같은 친미국 성향 국가로 유도하는 ‘니어쇼어링’과 함께, 중국 기업과 거래가 많은 외국 기업을 더 적극 유치하는 해외투자 정책도 병행할 계획이다.

경제협력 네트워크 구상이 조기에 가시화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쏟아 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리쇼어링의 최대 장애요인인 임금 등 생산비는 법인세를 대폭 인하시켜 완충시켜 준다는 방침이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초에 35%에서 21%로 내린 법인세를 이번에는 15%로 한 단계 더 내리는 방안도 확정했다. 한국보다 무려 10%p나 낮은 수준이다.

미국 내 기업환경의 최대 강점인 규제완화를 ‘1대 7’의 원칙에 따라 불가피하게 한 건 규제하면 관련 규제를 일곱 건 철폐 혹은 완화해 주는 방안도 확정했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기업에 환차익을 제공하는 내용도 신선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달러 약세 입장을 철회하고 ‘지금은 강한 달러가 바람직하다‘고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부적으로 미국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도로, 철도, 항만 등 낙후된 사회간접자본(SOC)을 복구하는 과제가 가장 적합하다. 집권 2기 때는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이 더 선호될 것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월가에는 1930년대식 ‘트럼프판 뉴딜 정책’이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법인세, 소득세, 상속세 등 대폭적인 감세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정책도 계속 밀고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감세정책의 이론적 토대인 ‘래퍼 곡선(Laffer Curve)’을 보면 세율과 재정수입 간 정(正)의 구간을 ‘표준 지대(normal zone)’, 부(負)의 구간을 ‘비표준 지대(abnormal zone)’라 부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금이 경제효율을 떨어뜨리는 세 부담을 낮춰줘야 경기가 살아나고 재정수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정책은 저소득 백인층의 일자리 창출에 주력했던 집권 1기 때와는 달리 4차 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춰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에 확정된 ‘2020 회계연도 예산’에서는 4차 산업을 집중 지원하는 ‘AMP(Advanced Manufacturing Partnership’) 계획을 그대로 밀고 나간다는 방칙을 재확인했다.

증시는 불확실성과 비체계적 위험을 가장 싫어한다. 집권 1기 내내 월가에서는 주가가 계속 상승하는 속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집권 2기 때는 다르다. 공화당은 ‘친기업·친증시·친월가’ 기조가 전통이다. 집권 2기 때에는 그동안 미뤄뒀던 월가의 최대 장애요인인 ‘도드-프랭크’법, 그 중에서 ‘볼커 룰’도 폐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 조 바이든 후보가 집권할 경우 경제정책 어떻게 추진하나?

미국의 46대 대통령으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큰 변화가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4년 집권기간 동안 자신이 부통령으로 일했던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에 성과가 컸던 핵심 경제정책을 중심으로 지우기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복원에만 나선다 하더라도 그 자체가 큰 변화다.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정부 시절 크게 훼손된 다자 채널이 재가동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바이든 후보가 강한 신념을 갖고 있는 파리 신기후 변화 협정에 적극적인 참가 의사를 밝힐 것으로 확실시된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별도의 국제보건기구를 설립할 가능성도 높다.

중국과의 경제패권 다툼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대통령과 어느 정당이 들어선다 하더라도 미국 주도의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 유지는 최고 책무이자 지상과제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와 다른 점을 꼽는다면 ‘극한 대립·근립궁핍화’에서 ‘공생 대립·내부 역량 강화’로 수정해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내부적으로는 자신의 역작이기도 한 ‘오바마 헬스 케어’를 우선적으로 복원할 방침임을 코로나19가 악화될 때마다 밝혔다. 미국 국민도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하고 있다.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돼 취임 연설하는 자리에서 가장 먼저 국민에게 약속할 것으로 워싱턴 정가에서는 보고 있다.

모든 경제정책은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춰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대책을 아예 일자리 대책으로 명명했다. 코로나 사태로 그 어느 분야보다 고용사정이 크게 악화된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오바마 정부 때보다 더 강화된 ‘일자리 자석 정책(employment magnet policy)’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산업정책도 고용창출계수가 높은 제조업 부활정책을 더 강화해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적으로는 제조업을 다시 보자는 ‘리프레쉬’ 운동과 함께 해외에 나가있는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까지 불러들이는 리쇼오링 정책을 추진해 세계 공급망 중심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재편시킨다는 방침이다.

대선 과정에서 여러 차례 강조한 법인세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얼마나 올릴 것인가’에 있어서는 오바마 정부 시절의 35%로 환원시키는 사실상 어렵다.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트럼프 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국가채무가 위험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28% 내외를 적정수준으로 꼽고 있다.

미국 의회를 비롯한 다른 기관과의 관계 개선에도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이 심했던 미국 중앙은행(Fed)과의 관계는 민주당 전통대로 Fed의 독립성을 중시해 나가는 방향으로 복원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후보가 집권할 경우 최대 과제가 될 코로나 사태로 풀린 초금융완화를 정상화시키는 출구전략 과제는 전적으로 Fed에게 맡길 것으로 예상된다.


조 바이든 후보가 집권할 경우 한국과의 관계는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전적으로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정부 시정에도 통상을 비롯한 경제관계에 있어서 미국이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남은 집권기간 동안 중국에 편향적인 기조를 유지할 경우 트럼프 정부 때보다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한·미 간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오바마 정부 시절 때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는 소고기, 자동차,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미국의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압력이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후보가 집권하더라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 정부의 ‘경제협력 네트워크(EPN)’ 구상에 한국이 계속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일 경우 갈등이 예상된다.

대북 정책은 트럼프 정부나 자신이 부통령으로 일했던 오바마 정부 시절보다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미국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하는 한 북한과의 미온적인 관계 설정은 미국 국민으로부터 강한 저항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추진 방법에 있어서는 트럼프 정부처럼 한국을 배제한 북한과의 쌍무적인 방법보다는 한국과 긴밀한 협조를 바탕으로 UN 등과의 다자 틀 내에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정부가 미제로 남길 주한 미군 철수와 방위비 분담 문제도 바이든 정부가 집권할 때에도 계속해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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