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주거형태의 진화…주택도 바뀌어야
"수요자가 원하는 곳에 초고층 아파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발족한 `SH미래도시포럼`의 대표인 그는 "도시와 아파트는 벌써 코로나 이후 시대로 진화해 가고 있는데, 정부는 아직도 과거 규제에 머물러 있다"며 도심 고밀개발을 통한 미래도시 그렸다. 정부의 재개발·재건축, 용적률 규제가 오히려 부동산 시장 왜곡을 심화시킨다고도 지적했다.
부동산 대책이 매달 나오는 실정이다. "서울 공급은 충분하다"고 버티던 국토부도 결국 이달 안에 공급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서울의 주거 밀도를 살펴보면 U자 형태다. 도심부에는 주거공간이 없고, 점점 바깥으로 집을 밀어내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직주, 직장과 주거가 같이 가야하는 시대다. 전 세계적으로도 도심으로 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선택권은 도심에서 일할때 도심에서 살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자꾸만 우리는 `1~2시간씩 출퇴근해라`하며 멀리 내보내고 있는데, 과거에는 건축이나 설계 기술이 없어 중심부에 모이면 생기는 문제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스마트빌딩 지을 수 있다. 도심을 용적률 높여 고밀화하면 쾌적하게 공원, 정원도 많이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강남, 명동을 보면 장사 안된다고 하면서 땅값 6억씩 하는데, 여기에 100층짜리, 50층짜리 건물을 짓게 하고 주상복합처럼 상가와 거주공간을 함께 넣어도 된다. 강남 테헤란로는 앞에만 20층 건물들이 있고, 뒤에는 3~4층 연립빌딩들이 가득하다. 여기 용적률을 높이고 재개발도 가능케 해주면 강남 집값 반으로 떨어질 것이다. 시내 중심가의 초등학교들은 아이들이 없어 문을 닫을 정도가 됐다. 역 U자의 형태를 가질 수 있도록 도심 고밀도 개발이 필요하다.
매 정권마다 서울 주택공급책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꺼내든다. 이번에도 푸느냐 마느냐를 놓고 많은 말들이 오가며 시장 혼란을 키웠는데, 일단 문재인 대통령이 마침표를 찍으며 일단락됐다.
(그린벨트 보존 결정) 잘하신 거다.
태릉골프장은 아직도 거론되는데, 바로 옆에 별내지구, 갈매지구 크게 개발하고 있고, 아직도 많이 짓고 있다. 굳이 그 옆 좋은 녹지에 아파트를 또 지으면 계속 길만 복잡해진다. (이런 공급책은) 자꾸 젊은 사람들 외곽으로 나가라고만 하는 거다. 강남은 이미 사는 사람만 살고, 더 이상 들어오지 말라는건가. 강남에 살고 싶고, 마포, 용산, 서울 시내에 살고 싶은데, 정부가 사람들이 원하는 곳의 공급을 틀어쥐고서 왜 원하지 않는 신도시를 자꾸 만드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
서울 도심 고밀도 개발을 한다면, 어떤 형태로 주거공급을 늘릴 수 있는가. 특히 최근 젊은 층들의 부동산 투자 열풍이 불고 있는데.
젊은 사람이 20~30년 모아서 20억, 30억 강남 아파트 사야하는가? 그런 시그널은 정부가 주고 있다. 교통 여건이 좋은 위치에 공급을 늘어나면 집값을 내려갈텐데 말이다. 젊은 사람들에게 주거에 대한 두려움 없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점차 주거의 형태는 바뀌어져 갈 것이다.
임대에 대한 이미지를 바꿀 필요가 있다. 서민들을 위한 저렴한 임대아파트 만큼이나, 수요자가 원하는, 특히 젊은 층들이 원하는 주거형태의 임대아파트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용산 철도 정비창 개발하는데 이를 적게하지 말고 대규모로 50층짜리 초고층 아파트를 지어서 몇만가구 들어가게 하는 것이 낫다. 투기 논란이 생길 수 있다면, 공공에서 하면 된다. 용적률 막을 필요가 없다. 여기에 한 층은 24시간 어린이집을 만들고, 또 한 층은 재택근무를 위한 워크스테이션, 한 층은 젊은 사람들이 친구들 불러 놀 수 있는 임대 키친과 놀이공간 등을 만들고, 잠자는 곳은 작게 만드는 것이다. 주상복합도 상가층은 4~5층 둬서 임대업만 하려하지 말고, 오히려 주거자들을 위한 커뮤니티 시설을 키우는 게 좋다. 고급스러운 임대아파트를 지어서 100만원 내고서 살 수 있게 하면, 분명 그 수요도 있다.
강남처럼 막고 있는 재건축 규제도 푸는 것이 맞다. 자꾸만 민간사업자들에게 `이익버는 것은 못 보겠다` 하고 안해주면 우스운 꼴이 된다. 강남 아파트가 50억, 100억 하는 것을 왜 정부가 참견하고 규제하는가. 강남은 원하면 주면 된다. 규제하면 틈이 벌어지고, 이 사이 이익받는 사람이 생기다보니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계속 몰린다.
재건축 규제 완화나 용적률 상향은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단기적으로 그럴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계속 늘리면 현재 투기한 사람 다 망하게 된다. 수요와 공급, 경제학의 기본 원리다. 정부가 공급을 계속 규제하니 그 기대로 수요가 늘어나는 거다. 정부가 그런 시그널을 자꾸 주는 셈이다.
시장으로 이야기 하면, 기업 규제가 심하다 보니 투자할 곳이 없다. 벤처와 스타트업으로 돈이 안 몰린다. 그러다 보니 환물이 가능한 주식, 그리고 부동산은 일반 주택이 아닌 아파트에 투자가 몰리게 된다. 부동산의 경우 정부가 규제를 해주니 집값은 안 내려갈 거란 믿음이 생겨 더 몰리는 거다.
규제를 많이 했던 노무현 정부, 그리고 문재인 정부 집값이 60%씩 오르고 있지 않나. 세금도 마찬가지다. 갑작스레 많이 오르다보니 사람들이 `세금을 더 걷으려 규제를 하는가` 의심을 하는 것이다. 세금도 예상할 수 있는 정도로 올라야한다. 1가구 1주택자는 평생을 모아 집을 하나 갖고 있는 것인데, 연금으로 해결이 안 되는 세금을 매긴다. 전셋값도 한번에 많이 못 올리게 하는 것처럼, 정부가 세금을 전년대비 얼마 이상은 못 올리게 하는 그런 법안이 나올지 모르겠다.
용적률 완화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하나. 초고층 빌딩들이 들어서는데 따른 도시의 황폐화, 그리고 일조권 등 여러 문제가 제기된다.
용적률은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 오히려 층수를 높이면 공원이나 녹지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정부가 용적률 자체를 일률적으로 규제하려 하지 말고, 사업자 측에서 "우리는 이런 기능을 만들테니, 또는 녹지 만들테니 용적률을 올려달라"고 들고 오도록 하게 하면 된다. 조망권도 그렇게 스스로 설계를 이용해서 풀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하지만 분명 정부는 `마포지구 1200%, 용산지구 2000%` 이런 식으로 몇몇 특정지구를 선택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계속 정부 발표에 쫓아다니며 거기만 투기지구가 된다.
용적률을 지금 막아놔도 10~20년이 지나면 점차 고층화 될 수 밖에 없다. 시대와 이에 맞는 아파트는 점차 진화하는데, 정부는 아직도 옛날 스타일로 지으라고 규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100층짜리 아파트가 왜 안되는가?
해외 주요도시들은 이미 용적률이 상당히 높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점차 더 도심 고밀개발이 진행되는 추세다.
뉴욕과 런던, 싱가포르, 홍콩 등 국제도시들은 이미 앞서 나가고 있고, 일본도 저밀도로 넓게 퍼져있던 도쿄를 역 주변으로 고층 빌딩을 허용하며 마천루로 만들었다.
우리는 이제 미래 도시에 걸맞는 스마트아파트로 도심 고밀개발을 해나가야 한다. 예로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액티브하우스(Active House)` 같은 에너지 저감 주택을 들 수 있겠다. 또 열 손실을 최소화 하고, 지열과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설비를 활용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특수 공법 등 BEMS(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저감할 수 있는가 고민해서 고밀개발에 활용해야 한다.
또 지하에도 주차장 말고, 한 층에는 유통·물류센터를 놓는 것도 새로운 아이디어다. 사람들이 오가는 지하철처럼, 아파트 지하에 터널을 만들어 로봇이 물류를 배송하게 하는게 가능하다. CJ나 쿠팡 같은 기업들도 관심이 있다.
서울이 갖고 있는 장점을 키워 도시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할텐데, SH미래도시포럼에서는 어떤 발표와 토론이 오갔나.
코로나 이전부터도 보통 21세기를 `문명사회의 대전환`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미 지난 CES에서 도요타자동차가 `우븐시티`, 미래도시를 만드는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자동차회사가 움직인 것 아닌가. 10년뒤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리면 도시 역시 굉장히 달라질텐데, 미래도시에 대한 도전과제 들을 포럼에서 토론하고 있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서울의 경쟁력이다. 서울은 독특한 도시다. 금융도시도 아니고 제조업도 수도권 정비계획을 통해 다 밀어내 없다. 서울에 아직도 남아 있는 최고의 자산은 바로 `고학력 지식사회`란 점이다. 서울에 대학은 28개 정도, 수도권에 전철역 세보니 대학 이름이 30여개가 된다. 교수와 연구원, 대학·대학원생까지 합치면 1백만명에 달한다. 전 세계에서 이렇게 브레인이 몰려있는 도시는 없다. 이 장점을 활용해야 하는데 서울에는 제조업 못한다고 해서 쫓아내 산학이 함께 협업하기가 어렵다. 실리콘밸리가 크는 것은 스탠포드 대학과 같이 가는 것 아닌가. 그런데 우리는 대학교 옆 고시촌, 술집, 60년대 촬영장 등 시너지를 키울 수 있는 시설이 없다.
21세기 지식사회에는 IT·바이오 산업은 이제 서울에서 해도 된다. 규제 관점에서 보지 말고, 크게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적으로 보면 서울이 갖고 있는 자원은 `지식`이다. 지금은 자원을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도 스스로 팔을 잘라버리는 형태다.
그렇다면 `지방은 어떻게 사는가?`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 지역의 특성을 살리면 된다. 이제 점차 주4일 근무 시대가 될 거고, 쾌적하고 전원생활 할 수 있는 곳에 주택을 갖아 생활하게 될거다. 그래서 1가구 2주택을 규제해서는 안 된다. 주중에는 시내에서 일하고, 지방에 내려가서 살 수 있도록, 주거의 형태도 다양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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