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최대 80㎜ 폭우로 침수된 부산 동구 한 지하차도에 갇혔던 3명이 숨진 가운데, 부산시와 관할 지자체의 미흡한 대처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시는 6년 전 집중호우로 침수된 동래구 우장춘로 지하차도에서 2명이 숨진 이후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다시 똑같은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23일 오후 10시 18분께 부산 중앙대로와 충장대로를 연결하는 길이 175m, 왕복 2차로의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가 침수돼 50·60대 남성 2명과 20대 여성이 숨졌다.
2명은 구조됐으나 병원에서 치료 중 숨졌고, 1명은 사고 5시간여 만에 지하차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나머지 구조된 6명은 저체온증 등을 호소해 치료를 받고 있다.
피해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조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땐 출입구 높이 3.5m인 지하차도의 2.5m까지 물이 들어찬 상태였다
피해자들은 침수된 차량에서 빠져나오긴 했으나 한때 지하차도 천장 가까이 들어찬 물에 미처 대피하지 못한 채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부산소방재난본부는 전했다.
특히 길이가 175m에 달하는 초량 제1지하차도 가운데에서 차량 다수가 고립돼 피해자들이 밖으로 빠져나오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초량 제1지하차도는 폭우가 올 때마다 물이 차는 상습 침수지역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날 오후 8시 호우경보가 발효되고 침수사고가 발생한 오후 10시 18분까지 지하차도는 통제되지 않았다.
지하차도 출입구에 전광판이 있었지만, 침수 여부를 알려주는 안내 문구도 나오지 않았다.
교통난을 해결하려고 설치한 도심의 지하차도가 폭우 때는 빗물을 가두는 저수지로 돌변해 피해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집중호우 시 선제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군다나 이 지하차도에는 분당 20t 용량의 배수펌프 3개가 있었지만 쏟아진 빗물을 빼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관할 지자체인 동구는 2010년 배수펌프 용량을 두 배로 늘린 상태였다.
이번 사고는 2014년 8월 25일 시간당 최대 130㎜의 비가 내려 침수된 동래구 우장춘로 지하차도에서 2명이 숨진 사고와 판박이다.
당시 70대 외할머니와 10대 손녀가 지하차도 안 침수된 차량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숨졌다.
길이 244m, 높이 4.5m에 달하는 이 지하차도는 금정산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내려온 빗물로 인해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배수펌프가 있었지만, 배전반이 물에 잠겨 작동조차 하지 않았다.
부산시는 이후 `제2의 우장춘로 지하차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부산 전역 35개 지하차도 대부분의 전기시설을 지상으로 옮기고 배수펌프 용량을 증설해왔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초량 제1지하차도를 비롯해 대남·구서·당감·문현·우장춘·내성 등 길이가 100m 이상 되는 지하차도가 많고 배수펌프 용량은 부족해 여전히 폭우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편 부산 지하차도 중 비교적 근래에 지어진 해운대구 센텀 지하차도는 어제 폭우에 주변 도로는 물난리가 났는데 지하로 내부는 비교적 배수가 잘된 모습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부산 비피해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