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북한 이탈 주민(탈북민)의 출발 지점으로 인천 강화도 일대가 꼽히면서 이동 경로에도 관심이 쏠린다.
군 합동참모본부는 27일 브리핑에서 "월북 추정 위치를 강화도 일대에서 특정했다"며 "해당 지역에서 유기된 가방을 발견하고 정밀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군 당국은 현재 탈북민 김모(24) 씨가 경계 장비가 설치된 철책 밑의 배수로를 통해 탈출한 뒤 헤엄쳐 북측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배수로는 월곳리 인근으로 추정했다.
경찰 역시 김씨가 이달 17일 지인인 탈북민 유튜버의 차량을 이용해 강화도로 이동하고, 다음 날인 18일 오전 2시 20분께 택시를 타고 강화읍 월곳리 일대로 간 뒤 하차한 것으로 파악했다.
강화도 북동쪽에 있는 월곳리는 가장 가까운 북한 해안과 직선거리로 대략 2.5∼3㎞ 떨어져 있는 지역이다.
김씨가 2017년 탈북할 당시 거친 경로인 교동대교에서는 동쪽으로 14km 떨어진 곳이다.
김씨는 2017년 탈북 정황에 대해 모 유튜브 채널에서 "불빛만 보고 수영을 한참 하다 보니 더는 수영을 못 하겠어서 벌벌 떨었다"며 "지쳐서 한참 가다 보니 유도 섬을 지났고 좀 더 가까워졌을 때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강화군 관계자는 "월곳리나 인근 대산리 모두 해안 철책이 3중으로 쳐져 있으나 일단 바다로 나가면 헤엄을 쳐서 북한까지 건너갈 수는 있을 것"이라며 "그만큼 북한과의 거리가 가깝다"고 말했다.
강화도는 북한과 해안을 맞댄 접경지 특성상 과거에도 탈북민들이 수영으로 귀순한 사례가 잦은 곳이다.
이 중에서도 황해도 연백군까지 최단 거리가 2.6㎞에 불과한 교동도는 해주 염전 단지를 맨눈으로 볼 수 있을 만큼 북한과의 거리가 가까워 주요 탈북 경로로 쓰였다.
2012년 9월에는 20대 북한 주민이 통나무를 잡고 교동도까지 떠내려온 뒤 섬에서 6일간 민가 음식을 훔쳐 먹으며 지내다가 주민 신고로 당국에 붙잡혔다.
한 40대 북한 주민은 2013년 8월 수영으로 교동도 해안에 도착한 뒤 불빛이 켜진 민가를 찾아 "북에서 왔다"고 신분을 밝혔다.
이듬해인 2014년 8월에도 부자지간으로 추정되는 50대와 20대 남성이 교동도 해안으로 헤엄쳐 오는 것을 해병대 초병이 발견했다.
앞서 군 당국은 전날 북한이 "개성시에서 악성비루스(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 도주자가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7월 19일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한 이후 유력한 월북자로 김씨를 특정해 조사 중이다.
김씨는 지난달 중순 지인 여성을 자택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구속영장도 발부된 상태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