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이 연금보다 강하다는 말이 있다. 행복한 노년을 위해서는 근육량 유지가 관건이다. 죽을 때까지 양질의 근육이 유지되면 좋겠지만 근육량은 40대 전후로 매 10년마다 약 5% 정도씩 감소하다가 60세가 넘으면 현저하게 떨어진다. 만일 근육 감소 정도가 심해 피로감이 지속되고 순발력이 떨어지는 등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찾아오면 병적 `근감소증`이라 봐야 한다.
근감소증은 단순히 근육이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다. 다양한 합병증을 낳고 사망을 당길 수 있다는 유의미한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때문에 지난 2017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근육이란 뜻의 사코(sarco)와 부족, 감소를 뜻하는 페니아(penia)가 합쳐진 사코페니아 즉 근감소증에 질병코드를 부여하고 공식적인 질병으로 인정했다.
60대 이상에서의 근감소증 발병률은 10명 중 1명 이상으로 그리 적지 않은 편이다. 실제로 국내 대학병원 연구팀들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60대 이상에서 근감소증 발병률은 10~28%, 80대 이후에는 최대 여성 40%, 남성은 50%까지 나타난다.
아시아에서 근감소증을 연구하는 그룹인 AWSG(Asian Working Group for Sarcopenia)에 의하면 근감소증을 판단하는 기준은 크게 골격근의 양, 악력, 보행속도다. 바이오임피던스 분석으로 측정시에 골격근의 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 남자는 ㎡당 7kg 이하일 때, 여자는 ㎡당 5.7kg 이하일 때, 손아귀의 힘인 악력이 남자 28kg, 여자 18kg 이하일 때, 보행 속도가 초당 1m 이하로 떨어질 때 병적 근감소증이라 진단한다.
투스텝 검사(two step test)와 스탠드업 검사(stand up test) 등 집에서 간단하게 해볼 수 있는 재미있는 검사도 있다. 먼저 투스텝 검사는 최대한 넓은 보폭으로 두 걸음 걸어간 후 걸어간 만큼의 거리를 측정하는 검사로 그 값이 본인의 키에 1.3을 곱한 길이(cm) 미만이면 근육 감소가 많이 진행된 것이라 판단할 수 있다.
또 스탠드업 검사는 등을 벽에 대지 않고 엉덩이 끝으로만 의자에 앉는 것, 한 발로만 서서 3초간 자세를 잡는 동작으로 수행하지 못하면 근감소로 일상생활에 문제를 초래하는 근감소증을 의심할 수 있다.
이밖에도 간편하게 체크해볼 수 있는 방법으로는 기력이 쇠하다는 느낌과 더불어 `서서 한쪽 양말을 신을 수 없을 때`, `계단을 오를 때 난관을 잡아야 할 때`, `쇼핑 후 2kg 무게를 들고 돌아가기 힘들 때` `15분 연속으로 걷기 힘들 때` 등 이에 해당하는 항목이 많다면 근감소증을 의심해야 한다.
근감소증이 나타나는 이유는 노화로 인해 근육을 구성하는 근섬유 수와 굵기 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근육이 소멸되는 양만큼 새 근육이 치환되면 다행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근육 생성 속도는 근육이 소실되는 속도를 따라잡기에 역부족이다.
더군다나 근육이 빠진 자리는 지방이 채워 체중은 유지되기에 많은 이들이 근육이 소실됐다는 사실을 모르게 된다. 근력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하는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근감소증을 막지 못하면 결과는 참담하다. 근육은 골세포 생성, 신경세포 생성, 지방분해, 면역물질 분비 유도, 당흡수, 혈관 생성, 심장 비대 억제, 암세포 성장 억제, 인지기능 향상 등 신체 전반에 걸쳐 우리 몸의 기능을 원활하게 하는데 근감소가 오면 이러한 기능이 저하되고 당뇨병, 골절, 면역기능 이상 등으로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을 위험이 높아지는가 하면 사망확률도 증가한다.
근감소증은 딱히 치료제가 없어 평소 운동과 식이로 근육 관리에 신경을 쓰는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면 미각·후각 기능의 저하로 입맛이 없어지기 때문에 끼니를 자주 거르게 되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단백질이 풍부한 식단을 잘 챙겨야 한다.
성인의 1일 단백질 섭취 권장량은 체중 1kg당 0.8g 정도인데 근감소증 노인의 경우에는 1~1.2g까지 섭취하면 좋다. 소·돼지·닭·오리고기 등 동물성 단백질과 콩·시금치·브로콜리 등 식물성 단백질을 고루 챙겨 먹어야 한다. 비타민D도 근육량과 기능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연어, 우유, 달걀, 치즈, 버섯 등을 함께 섭취하면 배가 된다.
근육의 재료인 단백질로 근감소를 최소화한다면 근육의 덩치는 운동으로 키워야 한다. 뛰고 무거운 것을 드는 운동보다는 자전거, 걷기, 수영과 유연성 운동을 해주고 아령을 들고 움직이거나 밴드를 당기는 등의 저항운동이 적당하다. 운동을 꾸준히 진행하면 근감소증 예방, 완화와 더불어 허리와 무릎의 통증도 13%, 17%씩 감소한다고 알려져 있다.
제일정형외과병원 재활의학센터 권찬혁 원장은 "근력은 건강할 때 관리해야 한다. 근육량을 높게 만들어 놓아야 나이가 들어서도 여력이 남는다"며 "근감소증은 예전부터 있어 왔던 개념이지만 최근 들어 여러 연구들이 진행되며 의학의 분야로 들어오고 있다. 근감소증이 걱정된다면 `나이탓이겠거니`라고 포기하지 말고 병원에서 적절한 평가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사회 활동을 늘리고 고단백 양질의 식단도 챙기고 전문가의 지도 아래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꾸준히 병행한다면 상당 수준까지 회복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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