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수샨트 싱 라지푸트 - the India Times]
발리우드(Bollywood) 톱스타 수샨트 싱 라지푸트의 최근 죽음을 놓고 인도가 연일 시끄럽다.
화려함에 가려진 발리우드의 그늘은 물론 미디어의 관음증, 정치권과 경찰의 이해 다툼까지 인도 사회의 욕망이 민낯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발리우드는 뭄바이의 옛 지명인 봄베이와 할리우드의 합성어로 인도의 영화·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일컫는 단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곳에서 큰 인기를 끌던 수샨트는 지난 6월 14일 뭄바이의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34세의 젊은 나이였다.
그는 성공을 꿈꾸는 가난한 인도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다.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주(州)로 꼽히는 비하르 출신인 그가 명문 공대를 중퇴한 후 발리우드에서 승승장구했다는 점에서다.
뭄바이 경찰은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결론 냈다. 하지만 이후 온갖 의혹이 더 촉발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그가 발리우드 주류 사회에서 소외된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발리우드에 든든한 후원자가 없는 그가 최근 캐스팅에서 밀리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한 영화 평론가는 BBC방송에 "발리우드는 적절한 네트워크가 없는 이를 환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수샨트의 아버지는 아들의 여자 친구이자 역시 배우인 레아 차크라보르티에 대해 비하르주 경찰에 고소했다. 레아가 아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교사했고 아들의 돈까지 착복했다는 것이다.
인도 미디어는 개인 정보 보호는 관심을 갖지 않고 관련한 선정적 보도를 쏟아냈다.
배우들의 계좌 송금 내역은 물론 정신 건강 상태·복용한 약물·숨지기 전에 인터넷에서 검색한 단어까지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여과 없이 보도됐다.
치료사, 전 요리사, 친구, 매니저, 가족, 동료 등 수샨트의 주변 인물은 모두 언론 취재에 시달렸다. 대중의 관음증을 자극해 시청률을 올리려는 미디어의 경쟁에 불이 붙은 것이다. 이 와중에 경찰은 영역 다툼을 벌이며 진흙탕 싸움을 했다.
비하르주의 경찰들은 사건을 직접 수사하겠다며 뭄바이까지 갔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 위반으로 현지에서 자가 격리됐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정치권도 여기에 가세했다.
지방 선거를 앞둔 비하르주의 정치인들이 라지푸트 가족의 정의를 위해 싸우겠다며 나선 것이다.
니티시 쿠마르 비하르주 총리는 인도중앙수사국(CBI)이 이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연방 정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야권이 장악한 뭄바이의 정치권과 경찰은 이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전직 경찰 간부 출신인 비크람 싱은 "가족이나 팬 모두에게 (사건) 종결이 매우 중요하다"며 "미디어가 벌이는 서커스나 정치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싱은 이런 영역 다툼이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 대해 "정말 추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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