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만이 능사인가…증시 변방 전락 '우려'

정경준 기자

입력 2020-08-12 13:36  

내달 15일 공매도 한시금지 조치 시한
코스피 역대급 급반등…고평가 '우려'
개인투자자, 올들어 코스피 36조원 순매수
"공매도는 매매수단…펀더멘털과 무관"


다음달 15일이면 한시적으로 적용됐던 공매도 금지 조치가 끝난다.

시장의 가격발견 이라는 순기능 못지 않게 외국인투자자들의 전유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적 시각 역시도 적지 않다. 갑론을박이 치열한 만큼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 다음달 15일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 시한 만료

시간을 거슬러 지난 3월로 되돌아가 보자.

3월 당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증시 전반이 패닉 수준으로, 크게 요동치던 시기다. 2,200선 전후에서 움직이던 코스피지수는 한달여만에 1,400선까지 밀렸다.

공매도가 패닉셀링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나왔고 당국은 증시 안정화 차원의 일환으로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를 꺼냈다. 같은 시기 유럽(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과 대만, 인도 등도 공매도 금지 카드를 내놨다.

● 코스피, 역대급 급반등…고평가 부담 `우려`

다시 현재로 돌아와 보자.

공매도 금지 효과 때문인지, 아니면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글로벌 각국의 대대적인 `돈풀기` 정책에 따른 유동성 효과인지 등은 추후에 따져보기로 하고, 이유가 무엇이 됐든 현재 코스피지수는 역대급 급반등을 이뤄내며 역사적 최고점까지 넘보는 상황이 됐다. 패닉셀링을 우려했던 상황에서 이젠 펀더멘털 대비 주가가 너무 높은, 이른바 고평가 부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PER은 13배로 멀티플로 보면 2007년 이후 최대여서 코스피는 상당히 비싼 수준"이라며 "공매도 금지가 연장된다면 코스피의 랠리는 좀더 지속될 수 있겠지만 패닉바잉이 끝날 때의 후유증도 그만큼 깊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공매도 재개에 따른 개인투자자들의 불안은 당연하다.

공매도 재개가 투자심리 위축을 초래하지는 않을까, 시장의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까,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들어 개인투자자, 이른바 동학개미가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한 규모가 36조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특히, 1%대도 채 되지 않은 은행 예·적금 금리와 더불어 각종 규제로 부동산 시장 마저도 녹록치 않은 점 등 이렇다할 자산증식의 수단이 부재한 상황에서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최후의 보루다. 이것마저 내줄 수 없다는게 공매도 재개를 반대하는 모습에서 엿보인다.

● `공매도 금지 당시 상황과 지금은 달라`

그러나 지금은 지난 3월과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공매도를 재개할 경우 국내 증시의 단기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겠지만 불안한 흐름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공매도라는 헤지수단을 바탕으로 현물 시장에서 순매수에 적극성을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대만의 경우 지난 3월20일부터 6월10일까지 공매도를 금지했지만, 이후 공매도를 재개한 6월초부터 외국인 대량 순매수세가 유입됐다. 대만가권지수도 공매도 금지 여부와 무관하게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 "공매도는 주식투자 수단 중 하나…펀더멘털과 무관"

풍부한 유동성에 더해 그리고 주요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실적개선 전망, 약달러 기조속 신흥국 증시로의 자금유입 기대 등의 현재 흐름에 대해, 투자도구의 하나인 공매도가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양한 헤지수단이나 투자전략(롱숏·헤지펀드)의 부재 등에 따른 외국인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외면일 것이다. 특히, 지금의 장세가 유동성과 실적이 함께 맞물는 본격적인 랠리의 시작점이라면 외국인투자자들의 부재는 더욱 아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공매도 재개 여부를 장기적 안목에서 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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