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피해자 지원 단체들이 비서실 재직 당시 피해자가 텔레그램을 통해 상사와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공개하며 `피해자로부터 전보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서울시 관계자들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는 17일 입장문을 내고 "피해자는 4년 동안 20여명의 관계자에게 고충을 호소했다"며 김주명·오성규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 등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이들 단체는 "서울시청 6층의 시장실 관계자 일부가 피해자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내용 전체를 삭제하거나 텔레그램에서 탈퇴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있다"며 피해자가 과거 시장실 관계자들에게 고충을 호소했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대화 내용에 따르면 피해자는 지난 2017년 6월 "1월까지는 있게 될 것 같다", "그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시장님 설득 시켜 주시고 꼭 인력개발과에 보내주신다고 하신다"며 상사에게 담당 과장과의 면담 내용을 알렸다.
그러자 해당 상사는 "1월에는 원하는 곳에 꼭 보내주도록 하겠다", "마음 추스르시고 화이팅", "이번엔 꼭 탈출하실 수 있기를" 등 피해자가 지속해서 인사이동을 요청해왔음을 추측할 수 있는 답변을 보냈다.
피해자는 또 같은 해 10월 25일 "실장님께서 남아주면 좋겠다고 하신 상태라 고민이 많이 되는 상태다"라며 비서실장이 직접 피해자의 전보를 만류했다는 내용을 인사 담당 주임에게 전하기도 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 등으로 구성된 두 단체는 "수많은 비서실 근무자들이 피해자의 성고충 관련 호소와 전보 요청 관련 대화에 연결되어 있음에도 역대 비서실장이 나서서 `몰랐다`고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방조 혐의로 고발된 오성규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은 이날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오 전 비서실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고소인이나 제3자로부터 피해 호소나 인사이동 요청을 받은 적이 전혀 없으며 비서실 직원들 누구도 피해 호소를 전달받은 사례가 있다고 들은 적 없다"며 "서울시 관계자들이 방조하거나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주장은 정치적 음해"라고 밝혔다.
앞서 13일에도 김주명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이 오 전 비서실장과 같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경찰조사 당일 "성추행을 조직적으로 방조하거나 묵인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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