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오르자 다세대·연립주택 산다…거래량 12년만에 최다

입력 2020-08-18 07:20  

유동자금, 저렴하고 규제 덜한 다세대·연립주택 주목


최근 집값 상승이 계속되고 전셋값마저 크게 오르면서 아파트보다 가격이 저렴한 다세대·연립주택으로도 매수세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건수는 총 7천5건으로, 2008년 4월(7천686건)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다세대·연립주택 매매량이 7천건을 넘긴 건 12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올해 다세대·연립주택 매매는 1∼5월 3천840건, 4천800건, 3천609건, 4천61건, 4천665건으로 5천건을 밑돌았으나 6월 6천328건으로 크게 증가한 뒤 지난달 7천건도 넘겼다.
7월 계약분은 신고기한(30일)이 아직 열흘 이상 남아 있어 지난달 매매 건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구별로는 은평구 814건(11.6%), 강서구 798건(11.4%)) 등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많았고, 이어 양천구(500건·7.1%), 강북구(434건·6.2%), 구로구(379건·5.4%), 송파구(377건·5.4%) 등의 순이었다.



다세대·연립주택 매매가 급증한 것은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함께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라를 계약한 이모(35)씨는 "아내 직장과 가까운 곳에 신혼집을 알아보다가 이쪽 아파트는 전세도 너무 비싸 도저히 엄두가 안 나 빌라로 눈을 돌렸다"며 "신축 빌라에 위치도 괜찮고 매매가격이나 전셋값이나 큰 차이가 없어 실거주 목적으로 매입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아파트에 집중되면서 다세대·연립주택으로 눈을 돌린 투자 수요도 있다.
6·17대책에서 정부가 규제지역의 3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해 전세자금 대출을 제한했으나 다세대·연립주택은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여전히 전세 대출을 통한 `갭투자`가 가능하다.
또 7·10대책에서 주택 임대사업 등록제도를 대폭 손질하기로 했지만, 다세대주택, 빌라, 원룸, 오피스텔 등은 세제 혜택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해 투자 수요가 옮겨갈 가능성도 크다.
실수요·투자수요가 함께 몰리며 다세대·연립주택 가격도 오르고 있다.
송파구 삼전동 월드컵파크빌 전용 68.41㎡(대지권 면적 30.98㎡)의 경우 지난달 3일 4억1천만원(5층)에 거래된 뒤 같은 달 23일 4억5천300만원(3층)에 매매됐다.
은평구 증산동 한신빌라 전용·대지권 면적 48.96㎡는 지난달 15일 3억9천만원(3층)에 매매가 이뤄진 데 이어 지난달 24일 5억500만원(2층)에 거래됐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저금리에 풍부한 유동자금이 상대적으로 규제가 없는 다세대·연립, 원룸, 오피스텔 등에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도 오르는 것"이라며 "이들 주택에는 상대적으로 취약 계층이 임대차로도 많이 거주하는 만큼 추가 대책이 필요한지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시중에 풍부한 유동성이 규제를 피해 유입되고, 서울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값까지 계속 오르자 이에 지친 실수요자 일부가 다세대·연립에 관심을 보일 수 있다"며 "다만, 이들 주택은 아파트처럼 거래가 원활하지 않아 가격 상승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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