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규영이 비상하고 있다.
박규영은 최근 종영한 tvN 주말극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통해 안방극장에 얼굴을 또렷이 알렸다. 최근 그의 호감도 상승은 비약적인 수준이다.
“작품이 끝나고 나니 아쉽기도 하고 허전해요. 처음에 작품을 시작하면서 어떻게 마무리 될지 모르니까 목표를 설정하지는 않아요. 아직까지 주리를 보내기 힘든 것 같아요. 주리는 너무 애정이 많은 역할이었어요. 극중 치유가 되는 과정도 좋았고, 주인공들이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도 더 보고 싶었어요.”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버거운 삶의 무게로 사랑을 거부하는 정신 병동 보호사 문강태(김수현 분)와 태생적 결함으로 사랑을 모르는 동화 작가 고문영(서예지 분)의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물이다.
“처음에 4부까지 읽었어요. 정형화 되지 않은 캐릭터들이 모여 드라마를 이뤄 재밌었어요. 치유라고 생각했죠. 주리가 저와 닮아서 하고 싶었어요.”
극중 괜찮은 정신병원의 7년 차 간호사 남주리 역으로 열연한 그는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깊은 감정의 여운으로 주리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게 만들었다.
“대본에 주리 캐릭터는 물위에서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물밑에서 발길질 한다고 설명이 되어 있었어요. 남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기 위해 자기의 감정을 숨기는 현실적인 캐릭터죠. 절제 하면서 연기에 임했어요.”
박규영이 남주리를 연기하며 중점을 둔 부분은 괴리감이었다. 남주리는 간호사로서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짝사랑하는 강태 앞에서는 한없이 서툴고 순수한 모습을 보여 주목받았다. 특히 술만 마시면 또 다른 자아가 튀어나오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다.
“주리 직업이 간호사라 헤어를 단정하게 잘랐어요. 주리는 저와 닮아 있는 모습이면서 우리의 모습이에요. 어떻게 연기를 하면 괴리가 크지 않을까 고민했죠. 100% 솔직할 수만은 없고 각자의 방법으로 숨 쉴 구명을 찾잖아요. 솔직하고 시원하게 얘기하면 본인이 얼마나 편할까 생각도 했어요. 그래도 술의 힘이라도 빌려 약간씩 분출하는 장면들이 있어서, 주리의 숨통이 트이지 않았을까요. 그런 연기를 할 때는 절 많이 풀어놓고 연기해서 자유롭고 재밌었어요. 주리가 내재되어 있는 것을 표출하면 기존의 주리보다 목소리도 커지는데, 이런 모습이 귀엽다고 해주셨어요. 절제된 연기를 하면서 답답했던 것이 시원해 졌어요. 그 장면부터 많이 사랑해 주셔서 힘을 받았어요.”
이처럼 박규영은 극중 ‘감성-드라마-코믹’을 모두 잡은 연기로 시청자들을 마지막 순간까지 사로잡으며 극을 마무리했다. 가능성과 실력이 뒷받침 되지 않았다면 이런 행운도 없었을 것이다.
“내 안에 있는 다양한 모습을 주리를 통해 다양하게 꺼내보려고 했어요. 주리는 내 모습과 닮은 부분이 많았는데, 다양한 걸 꺼낼 수 있었어요. 감독님도 주리 캐릭터가 평면적이나 현실적인 캐릭터라 저를 믿고 맡겨 주신 것 같아요.”
남주리는 청순함과 코믹함을 함께 갖춘 인물이다. 박규영은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자신과 상당 부분 비슷한 점을 발견했단다.
“미움 받을 용기가 없다는 지점이 저와 닮았어요. 저도 힘들어 하지만, 피해를 끼치고 싶지는 않고. 혼자 있는 공간이나 그런 부분이 닮았어요. 차분하고, 침착한 것도요.”
내가 좋아하는 남자 문강태를 연기한 김수현과 나를 좋아하는 남자 이상인을 연기한 김주헌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저를 좋아해 주는 남자가 좋아요. 마음을 열기가 쉽죠. 짝사랑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김수현 선배님은 ‘프로듀사’ 때 너무 좋게 봤어요. 긴장도 됐고, 기대도 됐어요. 김수현 선배님은 제가 감정을 쏟을 때 앞에서 함께 연기하며 집중할 수 있게 해줬어요. 김주헌 선배님은 정말 따뜻하신 분이라 편하게 의지할 수 있었어요. 서예지 선배님도 아름답고 기대가 됐어요. 현장에 가보니 편하게 해주셨어요.”
촬영장 에피소드를 묻자 입가에 미소부터 떠오른다. 고생스러웠던 순간들만큼이나 추억도 쌓였을 테다. 함께 출연한 배우들 그리고 스태프들과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났다.
“강원도 고성에서 촬영을 했어요. 옥상에서 바람이 부는데 안 그런 척 연기를 하는 것이 어려웠어요. 에피소드 하면 바람이 가장 많이 생각이 나요.”
박규영에게 이번 작품이 각별하게 다가오는 또 다른 이유 하나. 바로 사람들이다.
“작품을 마무리하면 항상 얻는 지점이 있어요. 선배님들이 현장에 오셔서 좋은 에너지와 좋은 공기를 주셨어요. 저는 제 연기하기도 바쁜데, 좋은 것들을 새롭게 배웠어요. 제가 먼저 다가가기 힘들어 하는 스타일인데, 감사하게도 선배님들이 먼저 다가와 주셨고, 신경을 써주셔서 감사해요.”
그는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품을 많이 팔았다. 부산외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의류환경학과에 재학 중인 그는 2016년 가수 조권의 뮤직비디오 ‘횡단보도’를 통해 연기자의 길에 입문했다. 그동안 드라마 ‘솔로몬의 위증’, ‘수상한 파트너’, ‘그냥 사랑하는 사이’, ‘추리의 여왕2’, ‘로맨스는 별책부록’, ‘녹두꽃’과 영화 ‘레슬러’ 등에 얼굴을 내비쳤다.
“연기자가 꿈은 아니었어요. ‘대학내일’이라는 캠퍼스 잡지에 표지 모델을 한 걸 보고 연락이 와서 스카우트 됐고, 지금까지 연기를 하고 있어요. 출연한 작품을 돌이켜보면 운에 좋게도 다양한 캐릭터를 맡았어요. 덕분에 배운 게 많아요.”
배우가 자신의 매력을 아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 어떻게 스타일링을 하는가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매력은 무엇일까.
“저는 친근한 이미지가 있어요. 특별한 것은 없지만 잘 입혀 질 수가 있죠. 그래서 다양한 것에 도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제 안에는 다양한 박규영이 있는데, 작품에 들어가기 전 그 중에서 몇 개를 꺼내 볼까 생각을 해요. 그러면 제가 좀 편해요. 그것 이상을 만들어 가는 게 숙제인 것 같아요.”
박규영은 이제 남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쉴 틈 없이 차기작 연습에 매진할 그는 잠깐의 휴식을 보낼 생각이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어요. 잘 쉬는 법을 찾아보고 싶어요. 취미 생활로 무언가를 배워 보고도 싶고, 운동도 하고 싶어요. 건강한 에너지를 만들고 싶어요.”
인터뷰 내내 박규영은 겸손하면서도 자신감에 차 있었다. 힘들어도 재미있는 게 연기라는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그것은 그에게 연기자로써 뚜렷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계획과 목표를 세우지 않아요. 순간순간 저에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죠. 잘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했어요. 좋은 에너지를 주는 연기자, 좋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한예리 선배님이 롤모델이에요. 따뜻하신 분이고, 에너지가 느껴져요. 차기작은 선해 보인다는 얘기를 들어서 느와르나 액션 장르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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