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시인 송정우의 기행산문집 「길에 창을 내다」가 여행전문 출판사 좋은땅에서 출간되었다. 「희망을 다림질하다」 와 「비상구를 찾다」 등 두 편의 시집을 낸 송정우 시인의 조금은 특별한 이 여행기는 도전과 모험이 필요한 평범한 사람의 길 위의 사유를 담고 있다. 거창하지 않고 조금만 용기를 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여행, 그러나 아무나 쉽게 나서지는 못하는 길에서 그가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사진과 함께 엮었다.
징검다리를 건너다 말고 뒤를 돌아보듯이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인생의 어느 고개턱을 넘어가고 있는가 돌아보며 앞으로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생각할 때가 있다. 반복되는 일과에 무력감이 들 때 우리는 인생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그 때 저자는 일상의 일탈을 감행한다고 한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트레킹하고 캐나다 깊은 산속 호수를 카누로 탐험한다. 그리고 덴마크의 해안 길과 이태리 토스카나 언덕을 자전거로 오르내린다.
가끔은 그렇게 몸과 육체를 도전하고 모험하며 스스로가 자신에게 주는 선물인 이벤트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한다. 제주 올레에서 일본 규슈올레 길로 발걸음이 이어지고, 오래전부터 말(馬)과 차(茶)가 오가는 산길, 깎아지른 절벽 한편 아스라한 오솔길을 따라 마방의 행렬이 지나가고 양떼가 몰려가는 장면을 보고는 알고 지내는 주위 사람들을 모아 함께 차마고도 기행을 떠난다.
도전이라는 말을 가슴 떨리는 말이다. 자신의 힘에 벅차다고 생각하지만 한 번은 해 보고 싶은 생소한 일을 시도하는 것에 우리는 ‘도전’이라는 명패를 부친다. 이 여행기를 읽다보면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해지고 생각이 ‘동네 한 바퀴’ 굴레에서 벗어나지 않고 새로운 꿈이 꾸어지지 않을 때 자신만의 특별한 맞춤여행을 떠나라고 저자가 속삭이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읽다보면 1년에 한 번 내가 생각하는 나의 한계, 주위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의 정형화된 모습에서 벗어나고 자신을 시험해 보기 위해 이어지는 저자의 여행길을 따라 나서게 된다.
책의 해설을 한 동서대학교 영화과 손현석 시인은 “뭔가 초연한 사람”으로 작가를 묘사한다. 그에 따르면 다들 즐겁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데 작가는 그저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넘어가려 한다고 하며 처음에 그 고행을 이해하기 어려웠고 고행을 순례라는 차원으로 올려 생각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나마 저녁 숙소에서 마시는 와인 한잔과 저무는 노을의 황홀에서 다행스럽게 위안을 받을 수 있었고, 그렇게 아늑한 휴식이 주어지는 하루의 말미를 떠올리며 작가의 고행에 대한 안타까움도 다소 덜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는 시인의 순례를 존중한다. 종교적 참배로서의 의미보다 스스로 바로 서는 의미에서의 순례, 그리고 자신도 언젠가는 ‘무성한 나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거벗은 육신의 헐거운 자유를 만끽’할 그날을 기약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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