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 시골두부, 동물복지 유정란, 한우 불고기, 유기농 우유를 선택하고 장바구니에 담는다. 전부 친환경 농법을 사용해 재배한 유기농 상품들이다. 주문을 넣고 잠이 들면 다음 날 아침 음식을 담은 상자가 문 앞에 놓여있다. 최소 포장과 포장상자 재활용에 동의했더니 버려지는 쓰레기도 적고 환경에 대한 죄책감도 덜하다.일반 매장에선 찾기조차 힘든 유기농 제품이지만 이 곳에서는 저렴하고 심지어 빠르게 구매할 수 있다. 마켓컬리와 쿠팡 등 국내 주요 새벽배송 업체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기업공개(IPO) 일정을 발표한 오아시스마켓 이야기다.
● 적자늪에 빠진 새벽배송…오아시스마켓만 `훨훨`
오아시스마켓은 경쟁업체에 비해 인지도는 낮지만 입소문을 타고 시장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1,423억 원으로 SSG닷컴(8,441억 원)과 마켓컬리(4,289억 원)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더 놀라운 점은 이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 기업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약 1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경쟁사 모두가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과 비교해 보면 눈에 띄는 수치다. 올해 실적은 더 가파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2분기 기준 1,104억 원의 매출을 냈다. 지난해 전체 매출과 맞먹는 수치다.
● 유기농 제품의 대중화? 해답은 가격경쟁력
오아시스마켓이 시장 후발주자임에도 가파른 성장세을 기록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가장 큰 장점은 친환경 유기농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점이다. 오아시스는 우리소비자생활협동조합 출신들이 모여 2011년 유통전문 회사로 설립했다. 친환경 농산물을 주로 취급하며 다양한 생산자를 확보했기에 뛰어난 가격 협상력을 보인다. 또 중간 도소매상을 거치지 않는 생산자 직배송 유통방식을 통해 소비자는 신선하고 저렴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온라인 새벽배송은 오아시스에게 날개를 달았다. 유기농제품을 저렴하게 판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사람들이 모였다. 오아시스마켓 소비자들의 재구매율은 90%에 달한다. 회사 관계자는 "유기농 제품 유통의 가장 어려운 점은 산지 관리인데 오아시스는 생협 유통만 10년 가까이 한 회사"라며 "미리 산지 개척이 되어 있어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기반을 이미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동시에 운영해 폐기율을 낮춘 것도 성공 비결이다. 오아시스는 온라인 매장 이외에도 39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이다. 온라인에서 판매되지 않은 재고는 오프라인 매장으로 이동해 판매된다. 반대로 온라인 매장의 재고가 부족하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조달도 가능하다. 오프라인 매장이 제2의 물류센터 역할을 하는 셈이다. 새벽배송 업체들의 재고 폐기율은 보통 1%로 추산된다. 매출원가율을 75%로 가정했을 때 매출 1천억 원이 발생하면 연 7.5억 원이 낭비된다는 이야기다. 오아시스는 온오프라인 연계 시너지를 통해 재고폐기율을 제로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또 온라인 회원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들이거나 오프라인 구매로 온라인 구매를 유도하는 효과도 누리고 있다.
여기에 아이스팩 사용량을 줄이고 포장상자를 재활용하는 친환경 배송 전략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신선식품을 안전하게 배송하기 위해선 단열이 가능한 스티로폼 상자와 다량의 아이스팩 등이 필요하다. 이렇게 포장된 식품은 안전할지는 몰라도 상자와 폐기물을 처리하는 소비자의 마음은 죄책감에 무겁다. 오아시스마켓은 온라인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포장 상자로 인한 환경적인 문제가 일어날 것을 우려했다. 이에 `포장상자 재활용 시스템`과 `친환경 포장 상자 선택 시스템`을 도입해 소비자들이 친환경 포장을 선택할 수 있는 과정을 포함했다. 실제 70% 고객이 친환경 포장을 선택하고 있으며 폐기물 부담이 줄어 호응도가 높다.
● 흑자경영 노하우로 신사업 발굴 박차
오아시스마켓은 새벽배송 시장 유일한 흑자경영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사업 발굴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오아시스 유기농 농수산물을 기반의 반찬사업은 이미 설비투자를 완료했다. 기존 배송과 물류서비스를 통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또 합리적 가격에 고품질 제품을 공급한다는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다양한 상품군과 서비스를 추가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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