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군 태안읍 J아파트에 사는 직장인 A(49) 씨는 지난 28일 세종시로 출장 왔다가 귀가하지 않고 공주 친척 집으로 가 하룻밤을 보냈다.
아내는 두 자녀와 함께 급하게 옷가지를 챙겨 집에서 12㎞ 떨어진 친정으로 갔다.
A씨가 사는 아파트단지에서 보름 사이 `코로나19` 확진자가 8명이나 나왔기 때문이다.
29일 오전까지 지역에서 발생한 전체 코로나19 확진자(12명)의 70%에 육박한다.
1번과 6번 확진자가 태안군민이 아닌 점을 고려할 때 지역 실제 확진자의 80%가 이 아파트 입주민인 셈이다.
A씨는 "아파트단지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아파트 내외부를 대대적으로 방역했지만,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어 불안감이 크다"며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다음 주 월요일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태안 J아파트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하면서 입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더구나 전날 오전 J아파트단지 이장이자 택시 운전기사인 60대 남성 B씨(태안 10번)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입주민들이 추가 확진자 발생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태안군은 전날 오전 B씨의 코로나19 확진 이후 지역 밀접 접촉자 193명의 검체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같은 아파트 입주민이 아닌 다른 지역에 사는 지인 부자 2명(태안 11·12번)이 양성, 191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입주민의 불안감을 해소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385가구에 1천여명이 사는 이 아파트에는 이날 내내 오가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고요하기만 하다.
아이들이 뛰 도는 놀이터도 텅 비었다.
이 아파트단지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건 지난 13일이다.
태안 2번 확진자인 40대 여성 C씨는 지난 10일 서울 강남에서 지인을 만난 뒤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후 남편(태안 3번)과 두 자녀(태안 4번·태안 7번) 등 일가족이 차례로 확진됐다.
다음 날 C씨와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살면서 자주 접촉한 30대 여성(태안 5번) D씨와 이 여성 초등학생 딸(태안 8번) 및 유치원생 딸(태안 9번)도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이처럼 2번 가족(4명)과 5번 가족(3명) 등 7명은 어떤 경로로 감염됐는지는 거의 파악됐다.
하지만 60대 남성 B씨(태안 10번)의 감염 경로는 오리무중이다.
태안군은 B씨가 2번 확진자 C씨 등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장인 점에 주목하며 접촉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B씨와 확진 판정을 받은 아파트 입주민들은 최근 보름 사이 서로 만난 적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B씨 감염 경로와 관련해 여러 가능성을 놓고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안군은 아파트 입주민의 추가 감염 방지와 불안감 해소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일단 확진자가 나온 2개 동 입주민 전원을 태안군보건의료원 선별진료소로 보내 코로나19 검사를 한 데 이어 같은 동 같은 라인 50여가구를 가가호호 방문해 방역 소독도 마쳤다.
승강기 입구에 손 소독제를 비치했고, 정기적인 아파트 방송을 통해 주민들에게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개인위생수칙을 준수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방역 소독은 군민의 안위와 관련되는 일인 만큼 과하다 싶을 정도로 아파트 곳곳을 소독하고 있다"며 "입주민들도 철저한 개인위생수칙 준수와 불필요한 외출 자제가 최선의 방역이란 생각을 갖고 생활해 달라"고 당부했다.
태안 아파트 코로나19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