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재용 기소…서초동에 발묶인 삼성

김민수 기자

입력 2020-09-01 14:01   수정 2020-09-01 14:02

檢, 이재용 불구속 기소…"전면 재검토 결과"
'심의위' 스스로 무력화…'정치적 포석' 비판
서초동에 발묶인 이재용…재판 이어 또 재판
길어진 사법리스크…삼성그룹 또 '시계제로'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스스로 만든 수사심위위원회의 불기소 권고를 뒤집고 기소를 강행하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검찰의 기소로 코로나19와 미·중 무역분쟁 속에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는 삼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당장 삼성의 `사법리스크`는 앞으로 3~5년간 더 길어지게 됐다.

● 檢, 이재용 기소 강행…"전면 재검토 결과 기소 결정"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경제범죄형사부는 오늘(1일) `삼성그룹 불법합병·회계부정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보고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김종중 전 전략팀장, 최치훈 전 삼성물산 대표, 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 이영호 CFO 등을 기소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과 관련해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와 전 임원을 기소했다.
검찰은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 이후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수사 전반을 전면 재검토한 결과 학계와 판례의 다수 입장, 증거관계로 입증되는 실체의 명확성, 사안의 중대성과 가벌성, 사법적 판단을 통한 국민적 의혹 해소 필요성, 수사전문가로 구성된 부장검사회의 검토 결과 등을 종합해 주요 책임자 기소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 검찰, 스스로 `수사심` 무력화…`정치적 포석` 비판
검찰이 이 부회장 사건에 앞서 열렸던 8차례의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나왔던 권고안을 모두 수용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에 대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이 심의위 결론과 정반대로 기소를 강행하면서, 심의위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심의위 개최 이후 두달이 넘도록 삼성 사건 관련 수사 결과 발표가 이뤄지지 않은 것도 검찰 내부에서 느끼는 부담이 커서였다는 얘기가 나온다.
2년에 가까운 수사를 했지만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수사심의위원회 불기소 권고까지 받은 검찰이 출구를 찾기 무리한 기소를 강행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에서는 검찰의 기소 결정이 `검언유착` 사건을 염두에 둔 정치적인 결론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부회장과 같이 검찰 수사심의위에서 `수사 중단·불기소` 권고를 받은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기소를 강행하는 데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가뜩이나 내분에 휩싸인 검찰이 이재용 부회장 기소를 강행하면서 적지않은 후폭풍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서초동에 갇힌 이재용…`재판 이어 또 재판`
검찰의 기소로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 이어 또 형사재판을 받아야 한다. 형사재판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은 재판 때마다 법원을 오가야 한다. 경영행보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먼저 진행 중인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 대한 부담도 더 커졌다.
대법원이 이미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이 사실이라고 판단한 상황에서,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 역시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다.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 이를 뒤집지 못한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재판까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서울고법이 맡고 있는 파기환송심은 2019년 10월 첫 재판이 열렸지만 지난 1월부터 중단된 상태다. 특검에서 재판부를 바꿔달라고 낸 `기피 신청`이 대법원까지 넘어가 사실상 잠정 휴정 상태다.
지난 6월 대법원이 서울고법 재판부에 관련 기록물을 송부해달라고 요청해 심리에 착수했으나 언제 결론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 더 길어진 사법리스크…위기 속 총수 발묶인 삼성
이 부회장이 또 다른 재판을 받게 되면서 삼성의 사법 리스크는 앞으로 3~5년간 더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전대 미문의 코로나19 위기와 미·중 무역분쟁 속에 삼성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불확실해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대규모 M&A와 투자 결정이 제 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 반도체를 만든 주역인 권오현 삼성전자 고문은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순간적으로 빨리빨리 결정해야 하는데, 이럴 때일수록 (총수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상적인 경영은 전문경영인(CEO)들이 이어갈 수 있지만, 대규모 투자나 M&A 같은 삼성의 미래를 좌우할 전략적 결정은 총수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위기 속에서도 2020년까지 국내 130조원을 포함해 총 180조원 투자하고 4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기업인의 약속을 지켜가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까지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등에 약 110조원을 투자했고, 올해는 투자 규모를 더욱 늘려 3년 목표치인 180조원에 차질없이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 역시 지난해까지 목표인 4만여명의 80% 이상을 채용해 연말까지 목표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국가적인 경제 위기 속에 국내 최대 기업 총수를 묶어두는 게 누구를 위해 좋은 것인가"라며 "지금 우리 경제는 삼성 같은 기업이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절박한 시기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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