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주요 개신교 교단들이 잇따라 정기총회를 개최한다.
주요 교단들은 악화일로에 있는 `코로나 19` 상황을 고려해 총회 일정을 예년보다 대폭 줄였다. 실내 밀집도를 줄이고자 총회 장소를 분산한 곳도 있다. 일부 교단은 모이는 방식의 대면 총회를 비대면 방식의 온라인 총회로 전환했다.
하지만 많은 교단에서 최소 수백명 이상이 한자리에 모여 장시간 회의를 여는 총회 방식을 고수하는 이상 코로나 19 집단 전파 우려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1일 교계에 따르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백석 교단은 14∼15일 강원 하이원 그랜드컨벤션호텔에서, 예장 고신이 15일, 22일, 10월 6일 세 차례에 걸쳐 고려신학대학원 강당에서 각각 정기 총회를 개최한다.
국내 양대 개신교단으로 꼽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과 합동은 9월 21∼22일 각각 서울 도림교회와 경기 용인 새에덴교회에서 총회를 연다.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도 같은 기간 경주 화백 컨벤션센터에서 총회를 한다.
연중 한번 열리는 교단의 정기총회에서는 새 임원진 선출을 비롯해 지난 1년간 교단에서 있었던 사업 및 예산사용 보고, 차기 년도 사업 및 예산 승인이 이뤄진다. 여기에 각 노회나 연회에서 올라오는 각종 헌의안 처리 등이 이뤄진다. 교단 입장에서는 그 어느 행사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중대한 행사를 앞둔 교단의 주된 고민은 총회 개최 동안 감염병 집단 전파 우려는 최소화하면서 공론의 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만드냐는 것이다.
예장통합의 경우 코로나 19 방역을 위해 행사장을 교회 내 신구 예배당 두 곳으로 나눴다. 약 1천500명에 달하는 총대(대의원)들이 좌석 간 거리두기를 한 상태에서 총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예장합동도 총대 규모는 예장통합과 비슷하다. 예장합동의 경우 총회 기간을 이틀에서 하루로 더 단축하는 방안을 놓고 내부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
예장고신은 종전에 며칠 연달아 열던 총회 일정에 변화를 줬다. 띄엄띄엄 사흘로 나눠 총회를 열고, 매 총회 시간도 오후 1시∼6시로 제한했다.
이 교단은 최근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코로나 19 사태가 악화할 경우 일정과 장소가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각 교단의 노력에도 감염병 전파 가능성을 높이는 `많은 사람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을 피하기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총회 도중이나 종료 후 있을 수 있는 식사 자리 등은 비말 전파에 따른 집단 감염 우려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총회를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한 교단도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는 22∼23일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zoom)`을 활용해 총회를 열기로 최근 결정했다. 기장 교단은 줌에서 총 23개 채널을 구성해 총회 진행에 나서기로 했다. 임원회 선거나 안건 심의 모두 온라인상에서 이뤄진다.
현재로서는 비대면 방식의 총회를 두고는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크다. 진행이나 결과 모두에서 만족도가 낮을 것이라는 의견부터 온라인 총회에서 이뤄진 결정에 대한 효력 다툼이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대형 교단의 경우 총대가 1천명이 넘는데, 이들이 다 함께 줌으로 진행되는 총회에 참가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교단 총회를 준비하는 한 교계 관계자는 "많은 사람이 동시에 줌에 참여하는 일은 회의 진행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총회를 망설이게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온라인 총회를 결정한 기장 교단의 총대 수는 600명 남짓이다. 예장 통합이나 합동에 비하면 그 규모가 3분의 1에 불과하다.
코로나 19 상황 속에 어떤 방식으로든 총회가 열리더라도 `전광훈` 세글자를 두고 적지 않은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교단에서는 총회 헌의안으로 이미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목사 이단 판정 건이 올라온 것으로 전해진다.
전 목사가 그간 여러 이단성 발언을 하고,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그가 또다시 사전선거 운동 혐의로 구속됐다 보석으로 나온 점, 자신은 물론 사랑제일교회 신도들 사이에서 코로나 19 확진자가 대거 나왔음에도 그 책임을 국가 방역 실패로만 돌리는 점 등이 각 교단의 이단 판단의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광훈 이슈 너머로는 국회에서 발의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찬반 문제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극보수 성향이 강한 교단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교단 입장으로 정하고서 집단 움직임을 보여 왔다.
이날 교계 시민단체인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올해 교단 총회 모니터링에 나설 것을 알리며 총회 개최 시 교단들이 다뤄야 할 안건들을 담은 제안서를 내놨다.
이 단체는 "전광훈 사태에 대한 성찰적 선언을 기대한다"며 "감염 사회 속에서 교회와 교단의 역할을 선명하게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위한 다양한 참여의 구조를 만들고, 목회자윤리규정 및 처벌규정을 제정해 목회자 윤리의식을 고취하고 시민사회에서 존경받는 목회자가 많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대면 방식의 총회개최로 인한 집단 감염 가능성을 우려하며 "각 총회가 총회장 이취임식과 규모를 보여주기식으로 준비하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