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백 2.8초"…'LG화학 심장' 단 포르쉐 EV 타이칸 [궁금타]

입력 2020-09-05 09:00  

4륜 구동 방식…빗길 주행 밀리지 않아
5분 충전에 100km…LG화학 배터리·800V 전압 시스템 탑재
포르쉐 첫 순수 전기차 `타이칸`. 올 하반기 국내 출시 예정.

포르쉐는 지난해 9월 첫 순수 전기차인 타이칸을 전 세계에 선보였다.
이후 `포르쉐 월드 로드쇼`를 통해 다양한 나라를 돌며 전 세계 운전자들에게 타이칸 시승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오는 11월 국내 타이칸 출시를 앞둔 포르쉐코리아는 아시아 시장을 대표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주행 테스트를 해볼 수 있도록 `타이칸 터보 S`와 `타이칸 터보` 두 모델을 독일 현지에서 공수해왔다. 일반 도로에서는 많은 제약이 따라 용인 스피드웨이 트랙 위에서 포르쉐 최초 순수 전기 스포츠카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타이칸 터보 S 모델 내부 모습.

● "제로백 2.8초"…포르쉐, 전기 스포츠카 첫 선

시승행사를 위해 트랙 위에 준비된 차량은 타이칸의 최상위 모델인 `타이칸 터보 S`. 스포츠카의 웅장한 엔진음 대신 전기차답게 시동이 켜졌는지 꺼졌는지 모를 고요함만이 트랙 위를 채웠다. `조용하다고 해서 얌전한 건 아니다`라는게 이 차를 두고 하는 말일까. 타이칸 터보 S는 런치 컨트롤을 적용해 최대 761마력의 오버부스트 출력으로 정지 상태에서 100km/h 까지 가속하는데 2.8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공식적인 최고 속도는 260km/h. 직선 코스에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자 1G의 중력 압박이 온몸에 느껴졌다. 마치 영화 `스타트랙`에서 우주선이 공간 이동하듯 우주선 사운드를 내는 타이칸 역시 공간 이동을 시현하는 듯했다. 이처럼 고속이 가능한 이유는 포르쉐 전기 모터의 특징인 `헤어핀 와인딩`에 있다. 헤어핀 와인딩은 스테이터 코일로, 모터 크기는 유지하면서 더 많은 구리를 스테이터에 결합시켜 출력과 토크를 증가시킬 수 있다. 또 리어 액슬의 2단 변속기를 통해 1단 기어는 정지상태에서 출발할 때 가속력을 전달하고, 2단 기어는 고속에서 높은 효율과 출력을 담당해 전기를 다 소모할 때까지 쉼 없이 운행해도 차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고 포르쉐 측은 설명했다. 포르쉐코리아 관계자는 "최첨단 `포르쉐 E-퍼포먼스`전략이 반영된 차"라면서, 포르쉐 현 제품 포트폴리오 중 가장 강력한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타이칸 주행테스트 당일 태풍 영향으로 비가 왔다. 예상치 않게 빗길 주행 테스트 진행.

● "4륜 구동 정석"…빗길 주행 밀리지 않아

타이칸을 시승하는 날에는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상당히 많이 쏟아졌다. `비가 쏟아지는 게 오히려 전기차를 테스트하기 좋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빗길 주행에서 최고 200km/h에 가까운 속도로 트랙을 돌아봤다. 낮은 차체에서 오는 속도감에 등골이 오싹할 때도 있었지만 곧바로 차에 내 몸을 믿고 맡길 수 있게 됐다. 그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먼저 4륜 구동 방식에 있다. 미끄러운 노면에서 빠르게 코너를 돌았을 때 언더스티어 현상이 종종 일어났지만 미끄러짐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살짝 밀리는 정도에 그쳤다. 또 미끄럼 방지 시스템인 PSM(Porsche Stabilizing Management)도 한몫했다. PSM 장치를 켜자 미끄러짐이 발생하면 곧바로 바퀴에 균등하게 하중을 배분하면서 중심을 잡아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포르쉐코리아 관계자는 "어떤 주행 상황에서도 급 제동 시 최대 30여 미터 밖에 밀리지 않는 점 또한 타이칸이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 "5분 충전에 100km"…LG화학 배터리·800V 전압 시스템 탑재

기존 전기차의 일반적인 400볼트(V) 대신 800볼트 전압 시스템을 최초로 적용한 점 또한 포르쉐 만의 새로운 시도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급속 충전 시 5분 충전으로 최대 100km까지 주행이 가능해졌다. 포르쉐코리아 관계자는 "최적의 조건에서 최대 270kW 고출력으로 22분 30초 이내에 배터리 잔량 5%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두 개의 전기 모터와 에너지 회수 시스템을 갖춘 4륜 구동 제어 방식도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이를 통해 타이칸은 최대 265kW까지 에너지 회수가 가능해졌다. 일상 주행을 하면서 감속할 때 제동의 90%를 실제 브레이크 작동 없이 회생 제동만으로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 모든 게 가능하려면 배터리 역할도 상당히 중요한데 포르쉐 타이칸에는 LG화학 배터리가 탑재됐다. 포르쉐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앞으로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LG화학과 파트너십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타이칸 앞모습.

● 포르쉐 디자인 DNA 반영

타이칸의 디자인은 기존 포르쉐 모델과는 다르게 보였다. 개구리처럼 동그란 눈 대신 가로로 긴 헤드램프나 C 필러와 트렁크 구분 없이 떨어지는 뒤태 대신 범퍼 위 한 단을 만든 후면부 등 기존 내연기관 모델들과 다른 특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대해 포르쉐코리아 측은 "타이칸은 포르쉐 디자인 DNA를 반영해 깔끔하고 순수한 디자인을 강조해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면서 "전면은 윤곽이 뚜렷한 윙과 함께 더욱 넓고 평평해졌고, 실루엣은 후면 방향으로 경사진 스포티 루프 라인으로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또 후면에 길게 이어지는 라이트 바 아래로 포르쉐 레터링 글래스 디자인이 들어가는 모습 역시 디자인 혁신 요소라는 설명이다.

타이칸 뒷모습. 가로로 길게 뻗은 라이트바 아래로 포르쉐 레터링이 인상적이다.

과거 포르쉐가 스포츠카 브랜드로서 처음으로 SUV를 생산한다고 했을 때 업계 반응은 시큰둥했다.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럭셔리 SUV 모델인 카이엔과 마칸 등이 글로벌 니즈를 만족시키면서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자 포르쉐의 새로운 도전은 마세라티나 페라리, 람보르기니와 같은 경쟁사의 귀감이 됐다. 이번 순수 전기차 타이칸 출시 역시 같은 선상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포르쉐 타이칸이 엔진음 빵빵한 내연기관 스포츠카와는 또 다른 미래 스포츠카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한국경제TV  증권부  송민화  기자

 mhso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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