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시대에 고령층 '소외'…"뒷사람 눈치에 키오스크 부담"

박승완 기자

입력 2020-09-09 10:06   수정 2020-09-0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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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원, 비대면 거래 경험 노인 300명 설문
"키오스크, 단계 복잡해 어려워"
대형마트는 전담직원 상주…교통·극장 등은 없어
고령자용 화면은 조사대상 중 '한곳도 없음'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거래가 확산하는 가운데 고령소비자들이 소외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은 최근 1년간 전자상거래나 키오스크를 통한 비대면 거래 경험이 있는 65세 이상 고령소비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비대면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 회원 가입이나 로그인, 용어 이해, 기기 조작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 `e커머스·키오스크` 모두 이용한 고령층 `절반 이하`

조사 대상자 중 전자상거래와 키오스크를 모두 이용해본 소비자는 절반 이하인 41.4%(124명)에 그쳤다.

100점에 가까울수록 `매우 쉬움`을 뜻하는 난이도 평가에서, 고령층이 평가한 전자상거래 난이도는 평균 65.3점, 키오스크 이용 난이도는 평균 75.5점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은 키오스크 이용 중 불편한 점(중복응답)으로 `복잡한 단계`(51.4%, 126명)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서 `다음 단계 버튼을 찾기 어려움`(51.0%, 125명), `뒷사람 눈치가 보임`(49.0%, 120명), `그림·글씨가 잘 안 보임`(44.1%, 108명) 등의 순이었다.
키오스크 이용 불편사항(한국소비자원 조사)

● 생소한 용어, 주문 실패 걱정 등에 `심리적 부담`

키오스크 이용 경험이 없는 65세 이상 고령소비자 10명을 대상으로 버스터미널이나 패스트푸드점, 은행에서의 키오스크 이용을 관찰했다.

우선 영문 등 익숙하지 않은 용어나 초성검색 등 조작방식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시간 지연이나 주문 실패 등에 대해 심리적인 부담감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버스터미널 키오스크에서는 70세 이상 고령소비자 일부(5명 중 3명)가 키오스크 이용 중간에 더 이상 발권을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겼다.

패스트푸드점의 경우에선 과반수가 영어로 쓰인 메뉴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은행의 비대면 계좌개설 과정에서도 영문명, 이메일 주소 등 개인정보 입력을 위한 키보드 조작을 어려워했다.

● 키오스크 운영 상황 `미흡`…고령자용 화면은 `전무`

소비자원은 키오스크 사용이 활발한 교통시설, 대형마트, 극장, 외식 점포 등 4개 업종의 총 30개 매장에 대해 키오스크 운영 상황도 점검했다.

대형마트(6개 매장)의 경우 키오스크 전담 직원이 상주하고 키오스크에 `직원 호출` 버튼이 있어 고령소비자를 돕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었다.

그러나 나머지 3개 업종의 24개 매장 가운데 전담 직원이 있는 곳은 패스트푸드점 1곳에 불과했고, 직원 호출벨은 교통시설 1곳에만 설치되어 있어 어려움을 겪을 경우 적절한 도움을 받기 어려웠다.

전체 30곳 중 키오스크 사용법을 게시한 곳은 9곳뿐이었다.

음성안내를 제공한 매장은 16곳에 불과했으며, 고령자용 화면을 제공하는 곳은 단 1곳도 없었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사업자에게 제공하여 키오스크 운영 개선을 유도하고, 관련 부처에도 가이드라인을 전달할 계획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고령소비자 대상 소비자교육에 비대면 거래 관련 교육을 강화하고, 고령소비자 정보화 교육 관련 기관에 실태조사 결과를 기초자료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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