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첫날인 지난 14일 저녁, 서울 광화문의 한 헬스장은 운동을 하러 나온 인근 직장인들로 붐볐다.
이 헬스장 관계자는 "평소보다 인원이 2배는 많은 것 같다"며 "헬스장 영업을 다시 시작했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폭주했다"고 말했다.
오후 9시 이후에도 인근 치킨집과 호프집 야외 테이블은 모두 만석이었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모(52)씨는 "완화 조치 덕분에 오랜만에 매출이 늘어 다행"이라며 "어서 코로나가 끝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 도심 프랜차이즈 카페들도 이날 공부를 하기 위해 카페를 찾은 사람들(카공족)이나 업무를 보는 사람들로 채워졌다.
지난 13일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에 내려진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를 2단계로 하향 조정하기로 하면서, 영업이 제한됐던 업장들 대부분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고심이 담겼다는 분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2.5단계에서 포장과 배달 주문만 가능했던 프랜차이즈 카페 등은 매장 내 영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됐고, 운영이 중단됐던 중소형 학원과 독서실, 스터디카페, 실내체육시설도 다시 문을 열었다.
일반음식점, 제과점 등은 지난 2주 간 밤 9시 이후로는 포장·배달 주문만 받을 수 있었지만, 이번 조치로 철저한 방역수칙을 지키는 조건 하에 예전처럼 정상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 대부분 완화 조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2.5단계 격상으로 대부분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9월 첫째 주(8월 31일∼9월 6일) 음식점 카드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4%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방역 단계가 또다시 격상될까 우려하는 소상공인들이 적지 않다.
서울 용산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한모(41)씨는 "한달 동안 영업을 못해 폐업을 할까 고민했다"며 "제한이 풀려 한시름 놨지만, 확진자가 또 다시 늘어 2.5단계로 재격상되는 건 아닌지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서울 성동구 마장축산물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박철수씨는 "추석 대목을 앞두고 완화가 돼 다행"이라면서도 "또 다시 격상될까 전전긍긍하는 것보다 정부가 이 참에 방역을 제대로 해서 확실하게 끝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아직 확진자가 꾸준히 발생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을 잃으면 안 된다고 지적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이 우선시돼야 경제도 살아난다"며 "지금처럼 다시 방역이 느슨해지면 또다시 방역 체계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텐데, 그때마다 힘들어지는 건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이기 때문에, 정부는 근시안적인 정책보단 장기적인 관점에서 방역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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