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독감 백신의 유통상 문제로 무료 접종사업을 중단한 지 이틀째인 23일 의료기관에 접종 인원이 대거 몰리면서 혼잡을 빚고 있다.
충북 청주에 있는 한국건강관리협회 충북세종지부 산하 건강증진의원 한 관계자는 "어제와 오늘 기관을 찾아 유료접종을 받은 시민이 하루 최대인 400명을 연거푸 채웠다. 문의 전화도 이어져 정신이 하나도 없다"면서 "40∼50명씩 대기자가 길게 줄을 서고, 많을 때는 대기 줄이 건물 밖까지 이어질 때도 있었다"고 전했다.
청주시 성화동에 있는 한 소아과·내과의원은 `돈을 내고라도 맞겠다`는 문의 전화가 쇄도해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해당 의원 관계자는 "어제부터 독감 예방 접종에 대한 문의가 급증했는데, 현재는 무료 접종이 중단된 상태라 유료로 맞을 수 있다는 안내를 하고 있다"며 "특히 오전에는 방문객까지 많아 전화 받기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부산 시민이 백신 접종을 위해 많이 찾는 인구보건복지협회에도 문의 전화가 잇따랐다.
앞서 이달 8일부터 무료 접종이 시작된 생후 6개월 이상 만 9세 이하 아동 중 이미 1차 접종을 한 어린이의 부모들이 전화 문의를 해오고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한 관계자는 "협회에 입고된 백신은 문제가 된 백신과 다른 회사 제품이라고 설명해 드리고 있다"면서 "현재까지 증상이 있다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인천 남동구 한 내과 의원 관계자도 "오늘 오전에만 30명 정도가 1인당 3만5천원씩 내고 접종을 했다"며 "무료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인천 연수구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도 "급하지 않으면 무료 접종이 정상 운영될 때까지 기다려보는 것도 괜찮다고 안내해 드리고 있지만, 돈을 내고 접종하겠다는 경우가 꽤 있다"고 설명했다.
백신 품귀현상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초등학생 무료 접종 백신에 대한 품귀 우려들도 의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어르신과 중고생 무료 백신은 보건소를 통해 백신이 분배되는 시스템인데, 초등학생 무료 백신은 각 병·의원에서 백신을 구매해 무료 접종하고 이후 가격을 정부에 청구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부산 인구보건복지협회의 경우 지난해 2만명분을 확보했는데 올해는 현재까지 1만명분 정도만 확보한 상황이다.
한 의사는 "올해 초만 해도 1만5∼6천원 선에서 거래된 `4가 백신`(올해 사용되는 백신)이 현재 1만9천원에서 2만원에 거래되고 그마저도 물량이 없다고 한다"면서 "어렵게 백신을 구했는데 초등학생 무료접종은 정부가 수가를 1만410원으로 정해놓았고 무료 접종을 하면 각종 수수료를 포함해 2만9천원 정도를 지급하는데, 해당 백신을 유료 접종으로 팔면 3만 5천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료 백신 수요가 많아 무료 접종을 하지 않으면 이익이 더 크다는 뜻이다.
일선 보건소에서는 백신 접종이 곧 재개되더라도 당분간 동네 병·의원에 사람들이 몰려 혼잡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보건소 관계자는 "예방접종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 정부에서 접종을 재개하면 상당히 혼잡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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