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거리 이동 가능할리가"…연평도 주민들도 '의문'

입력 2020-09-24 21:40  


24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주민들은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한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당혹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섬 주변 상황에 밝은 일부 연평도 어민들은 실종된 A(47)씨의 이동 경로를 두고 좀처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연평도 주민 황모(60·남)씨는 "대연평도보다 남쪽에 위치한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사람이 어떻게 북한(해상)까지 갈 수 있었는지 정말 의아하다"고 말했다.
이어 "연평도 인근 바다의 흐름을 보면 섬을 기점으로 물길이 도는데 아무리 어업지도선에서 일하며 바다 상황에 밝았더라도 그렇게 먼 거리를 이동했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방부는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A씨가 북측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국방부는 입장문을 통해 "우리 군은 다양한 첩보를 정밀 분석한 결과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소연평도 실종자)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2일 오후 3시 30분께 북한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북측 수산사업소 선박에 의해 발견됐다.
이는 최초 실종 사건이 접수된 지점인 소연평도 남쪽 2.2㎞ 해상에서 서북서 방향으로 약 38㎞ 떨어진 해상이다.
이를 두고 한 50대 어민은 "첨단 장비를 착용하고 있던 것도 아니고 구명조끼와 부유물만 가지고 40㎞에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는 건 수영 선수라도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인천해양경찰서는 이날 A씨가 탑승한 해양수산부 소속 499t급 어업지도선을 현장 조사한 결과 그가 자진해서 월북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계속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종 당시 A씨의 신발이 선박에 남아 있었고 그가 평소 조류 흐름을 잘 알고 있었으며 채무 등으로 고통을 호소한 점 등을 고려한 판단이다.
해경 관계자는 "조류 예측시스템상으로는 (A씨의 실종 당시) 바닷물의 흐름은 소연평도 서쪽으로 왔다 갔다 했다"면서도 "조류는 변수가 많기 때문에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A씨는 발견 당시 구명조끼를 입은 상태에서 부유물에 의존하고 있었으며 기진맥진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원 전 연평도 어촌계장은 "당사자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겠지만, 바다에서 표류하며 24시간 이상 생존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론 납득할 수 없다"며 "정말 살아있는 상태로 북측에 발견된 것인지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번 일로 인해 연평도가 남북 관계의 중심에 서는 것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였다.
한 연평도 주민(64·남)은 북한 포격 도발의 아픔을 품고 있는 연평도가 또다시 위험한 곳이라는 인식이 퍼질 것을 우려했다.
이 주민은 "남북 간 긴장 상황이 벌어지면 섬 주민들이 조금씩 불안감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다"면서 "오히려 외부 시선에 연평도가 아주 못 올 곳처럼 낙인찍히는 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주민 송모(59·여)씨는 "안타까운 해상 사고로만 알았던 일이 북한과 관련돼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며 "어떻게 살아있는 사람을 총으로 쏘고 불태울 수 있냐. 끔찍하다"고 말했다.
2012년 공무원으로 임용된 A씨는 해양수산부 산하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해양수산서기로 일했다.
그는 499t급 어업지도선에서 일등 항해사로 근무하다가 지난 21일 소연평도 남방 1.2마일(2km) 해상에서 실종됐다.
현재까지 A씨가 평소 사용한 어업지도선 내 침실에서 그의 휴대전화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유서 등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피격 사망 공무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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