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어떤 경로로 감염됐는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아직 감염 경로에 관한 명확한 설명은 없지만 직전 확진 판정을 받은 백악관 내 측근을 통해 전파됐을 가능성을 먼저 짐작할 수 있다.
우선 의심해볼 수 있는 부분은 호프 힉스 백악관 보좌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확진 판정을 공개하기 몇 시간 전 힉스의 감염 사실이 먼저 알려졌기 때문이다.
힉스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한 인물로, 최근까지도 트럼프 대통령과 밀접 접촉한 인사로 꼽힌다.
그는 지난달 29일 오하이오주에서 열린 대선 첫 TV토론과 이튿날 미네소타주 유세를 위해 이동할 때 각각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과 마린원(대통령 전용 헬기)에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탑승했다.
AP통신은 힉스 보좌관이 지난달 30일 저녁 트럼프 대통령의 미네소타 유세 동행 후 돌아오던 에어포스원 안에서 가벼운 증상을 느끼기 시작해 기내에서 다른 탑승자들과 격리됐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결국 힉스 보좌관은 이튿날인 지난 1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몇 시간 지나 트럼프 대통령 부부 역시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저녁 만찬 행사를 끝내고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기자들에게 목격됐지만 눈에 띄게 아픈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고 외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인 터라 다른 곳에서 감염됐을 가능성 역시 있다.
그는 최근 들어 하루에 여러 주를 돌아다니며 유세를 벌이거나 선거 관련 행사를 진행했고, 이 행사에는 마스크조차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이들이 대거 참석해 코로나19 감염 및 확산을 부채질한다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확정판정 사실을 밝히기 몇 시간 전 폭스뉴스에 출연해 힉스 보좌관이 군인 또는 정부 당국자와 접촉으로 감염됐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이나 법집행 당국자들과 함께 있을 때 매우 힘들다. 그들은 가까이 다가와서 포옹하고 키스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힉스 보좌관을 언급하면서 한 말이지만, 자신에게 해당할 수 있는 발언으로도 들린다.
힉스 보좌관과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판정에 따라 백악관은 물론 이들과 접촉한 이들도 초비상이 걸렸다.
힉스 보좌관이 지난달 29~30일 탑승한 항공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등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과 백악관 다른 참모들도 동승했다.
당시 힉스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스티븐 밀러 등 백악관 고위 참모들과 헬기에 탑승하는 모습이 찍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힉스 보좌관이 아니라 그 이전 다른 경로로 감염됐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 기간 밀접 접촉한 이들이 상당수 감염 위험에 노출됐을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백악관 고위인사들까지 줄줄이 격리대상에 오른다면 백악관의 업무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측은 펜스 부통령이 검사를 받았는지, 트럼프 대통령과 접촉했는지에 대해 즉각 답변하지 않았다고 외신은 전했다.
멜라니아 여사 역시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퍼스트레이디를 보좌하는 참모들도 감염에 주의할 대상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염은 백악관의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또다시 큰 허점을 드러낸 `사건`이기도 하다.
백악관은 그간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주요 인사는 매일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대응했지만 결국 대통령까지 감염되는 속수무책의 상황이 터지고 말았다.
백악관에서는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시중을 드는 파견 군인을 비롯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대변인, 트럼프 대통령 장남의 여자친구에 이어 심지어 국가안보의 실무총책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까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백악관은 그때마다 철저한 방역활동과 검사 능력을 강조했지만 잇단 경고에도 안이한 대응을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트럼프 확진` 미 백악관 코로나19 확진 사례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호규 기자
donnie@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