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에서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 특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공식적으로 나와 주목된다.
최근 여권에서 제기된 방탄소년단 병역 특례 주장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내 `함구령`을 내렸음에도 국정감사를 계기로 더욱 현안으로 부각된 모양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 연기와 특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순수예술과 체육 외에도 대중문화예술인도 특례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이 있다"며 "병역 상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의 발언은 방탄소년단처럼 특출한 성과로 국위를 선양한 대중예술인도 대체복무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돼 앞으로 관련 움직임이 구체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현행 병역법령에 따르면 ▲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 ▲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 ▲ 국제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 입상자 ▲ 국내예술경연대회 1위 입상자 등은 예술·체육요원(보충역)으로 편입된다. 예술요원 편입이 인정되는 국내외 경연대회는 병무청 훈령으로 정해져 있다.
이들은 4주간 기초군사훈련을 이수하고 544시간의 봉사활동을 해야 하지만, 복무 기간 자신의 특기 분야에서 계속 활동할 수 있다.
이 제도의 혜택 범위를 아이돌 스타 등 대중예술인까지 넓혀야 한다는 주장은 그동안 정치권 등에서 심심치 않게 제기됐다.
특히 방탄소년단이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싱글·앨범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세계적인 활약을 하면서 병역 혜택을 부여하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국가 위상 제고에 기여하기는 대중예술과 순수예술이 마찬가지인데 대중예술만 특례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한창 왕성하게 활동할 시기의 대중예술인들이 좀 더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최고위원 등 여권 일각에서는 최근 이런 주장을 공론화하며 논의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대중예술은 기본적으로 영리 활동인데다 성과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기준도 순수 예술보다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해 대체복무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면서 대중예술인에 혜택을 주지 않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기로 결론 내린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훈장·포장 수여 등을 기준으로 삼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2018년 화관문화훈장을 받은 방탄소년단도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대중의 공감대다. 병역은 사회적 공정성과 직결되는 민감한 소재인 만큼 충분한 공감대 없이 추진한다면 역풍이 일 수도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방탄소년단 병역 특례에 대해 후보자 시절 국회에 제출한 서면 질의 답변에서 "국민적 공감대가 선행되어야 할 사항으로 사전에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방탄소년단 당사자들이 병역 이행에 대한 의지를 밝혀 왔다.
1992년생으로 입대 시기가 가장 가까워진 맏형 진은 올해 2월 기자회견에서 "병역은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라의 부름이 있으면 언제든지 응할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팬들도 방탄소년단 병역 문제가 정쟁화하는 것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당사자는 가만히 있는데 정치권이 논란을 키운다"며 곱지 않게 바라보는 팬들이 많다.
박하영 병무전문 변호사는 "문제는 최소한의 명쾌한 기준 설정과 공감대 형성"이라며 "(대중음악 성과는) 멤버의 역량뿐만 아니라 기획사의 콘텐츠 기획력과 트레이너·안무가 등 인력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