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불과 26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선 후보 간 TV토론을 놓고 또 하나의 전선(戰線)이 형성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으로 대면 토론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토론 형식과 시기를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미 대선토론위원회(CPD)가 15일(현지시간) 예정된 2차 토론을 가상으로 열겠다고 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측이 이에 반발하면서 일정 연기를 통한 직접 대면 토론을 고집하고 있고, 바이든 후보 측은 일정 변경 불가 방침을 고수하며 맞선 상태다.
대선후보 토론은 지난달 29일에 열린 데 이어, 오는 15일과 22일 두 차례가 남아 있다. 모두 대면 토론 예정이었지만, 1차 토론 후 트럼프 대통령의 감염으로 바이든 후보 측은 음성 판정이 확인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CPD는 토론에 참석하는 모든 당사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15일 토론을 가상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바이든 후보 측은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비즈니스뉴스에 전화로 출연해 "내가 전염성이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가상 토론 불참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가상 토론을 하면 "그들이 원할 때 언제라도 차단할 수 있다"는 이유를 댔다.
바이든 캠프는 15일 화상 토론에 찬성하면서 대신 22일 마지막 토론을 타운홀 방식으로 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트럼프 캠프는 22일에 타운홀 형식의 토론에 참여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캠프의 의도는 15일 토론을 22일로 미루면서 대면 토론으로 진행하고, 당초 잡혔던 22일 토론을 29일에 하자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2차·3차 토론을 각각 일주일씩 늦춰서 대면으로 하자는 의미다.
트럼프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인 빌 스테피언은 성명에서 "가상 토론은 애당초 가능성이 없었다"며 "유권자는 실패한 바이든의 지도력에 대해 직접 질문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며 22일·29일 토론 개최를 거론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그는 동시에 2차 토론 가상 개최 발표를 통해 CPD가 바이든 후보 측을 돕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바이든 캠프는 토론을 일주일씩 미루자는 제안을 즉각 거부했다.
캠프 대변인 케이트 베딩필드는 성명에서 "트럼프가 아니라 CPD가 날짜를 정하는 것"이라면서 "트럼프의 변덕스러운 행동이 그에게 달력을 새로 쓰고 새로운 날짜를 선택하도록 허락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9월 29일, 10월 15일과 22일 세 번의 토론 개최를 수용했고, 트럼프는 오늘 15일 토론회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며 "우린 10월 22일로 예정된 마지막 토론에 참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나타날 수도, 다시 거절할 수도 있지만 그건 그의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서 당초 합의됐던 3차례 토론이 모두 열릴지도 안갯속이다. 무당파성을 지닌 CPD가 15일 2차 토론을 가상으로 열기로 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일단 그날 토론은 무산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22일 3차 토론은 양 캠프 모두 대면 토론에 긍정적이라 열릴 가능성이 크지만, 트럼프 캠프 측이 이후 한 차례 더 토론을 주장하고 있어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모든 토론 자체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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