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가장 긴 국경절 연휴(1∼8일)가 집단 감염 재발 없이 막을 내린 가운데 중국 경제가 이번 연휴를 계기로 경기 회복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연휴 중국내 관광객 수는 6억6천700만명으로 지난해 동기의 80% 수준까지 올라섰다.
또 같은 기간 소매 판매액과 요식업 매출은 총 1조6천억 위안(약 274조원)으로 오히려 작년 동기 대비 5% 가까이 늘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관광과 소비가 활력을 띄면서 중국의 경기회복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를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특히 관광지의 방역 수위를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끌어내린 상황에서도 집단 감염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더 키우고 있다.
중국 관찰자망(觀察者網)에 따르면 국경절 연휴 중국 전역의 관광지에는 6억3천700만명(연인원)이 다녀갔다.
관광객들은 이 기간 4천665억6천만 위안(80조원 상당)을 소비해 코로나19로 침체된 중국 관광 시장에 숨통을 터주었다.
관광객 수와 관광 수입은 작년 동기의 각각 79%, 70% 수준이지만 집단 감염 공포가 여전한 상황에서 거둔 성적치고는 희망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베이징 관광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장 길었던 국경절 연휴가 집단 감염 발생 없이 무사히 지나갔다는 점은 관광업계에 중요한 신호가 될 것"이라며 "그간 위축됐던 소비자들의 여행 욕구 역시 변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일부 지역은 지난해보다 더 많은 관광객이 찾기도 했다.
중국 문화여유부에 따르면 베이징, 헤이룽장(黑龍江), 신장(新疆), 허난(河南)과 장시(江西), 푸젠(福建) 등은 관광객 수가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가장 수입이 많았던 지역은 장쑤(江蘇)로 512억5천500억위안(8조7천억원 상당)에 달했다.
또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우한(武漢), 난징(南京) 등은 관광객 수와 관광 수익 모두 작년 동기 대비 90% 수준으로 회복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국경절 연휴 기간 소매판매액과 요식업 매출은 총 1조6천억 위안(약 274조원)에 달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하루 평균 매출이 7일간 이어졌던 작년 국경절 연휴 때보다 4.9% 증가했다는 점이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투자, 수출에 공을 들여 성과를 거뒀지만 위축된 소비 심리를 돌려 놓는 데는 그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국경절 연휴는 투자와 수출에 소비까지 더해 경기회복을 위한 삼박자를 갖추게 된 의미가 있다.
매쿼리의 랠리 후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SCMP에 "앞으로는 소비가 경기회복을 주도해야 한다는 점에서 황금연휴 결과가 주는 메시지는 중요하다"며 "지금껏 브이(V)자 모양의 경기회복은 인프라 시설 투자와 수출, 부동산 산업에 의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중국 최대 지급결제 서비스 회사인 유니온페이도 국경절 연휴 첫 7일간 거래액이 2조1천600억 위안에 달해 작년 국경절 때보다 6.3%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국경절 연휴를 경기회복의 터닝 포인트로 삼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 냈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하이난 면세 쇼핑 한도를 관광객 1인당 기존 3만 위안에서 10만 위안으로 올렸고 이번 국경절 연휴 기간 하이난 면세점 매출액은 10억 위안으로 작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코로나19 대유행과 전례 없는 미중 갈등이라는 환경에서 `쌍순환(이중순환) 경제` 전략을 새로 내건 중국 정부에 최근 소비 반등 기미는 매우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쌍순환은 국내 기술력 제고와 공급망 국산화 등 내부순환과 투자·개방 확대를 통한 세계화 등 외부순환의 조화를 의미한다.
세계은행은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2%에 달해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이뤄낼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관광지가 있는 중국의 지방 정부들은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입장객 수 제한과 진입 절차 등을 완화했다.
국경절 직전 황금연휴였던 노동절 연휴가 끝나고, 일부 지역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던 것을 고려하면 지방정부의 방역 완화 조치 강행은 관광 경기를 살리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대신 관광객 입장은 철저하게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온라인 예약제를 시행했다.
이런 조치의 강점은 입장객의 신원 파악이 용이하고 관광지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더라도 사후 추적과 대응을 신속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베이징의 자금성(紫禁城), 쓰촨(四川)성 주자이거우(九寨溝) 등 상당수 유명 관광지는 현장 매표창구 운영을 중단하고, 적어도 하루 전까지는 인터넷으로 예약하도록 했다.
중국 중앙정부 역시 국경절 연휴 소비 진작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 냈다.
중국 문화관광부는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관광지나 공연장 등지에서 최대 수용인원의 75% 이하를 입장시킬 수 있게 했다. 종전까지는 수용 가능 인원의 50%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대표적 명산인 황산(黃山)은 지난 28일부터 하루 최대 입장객 수를 2만5천명에서 3만7천500명으로 50% 늘렸다.
주자이거우는 관광객이 1만7천명에서 2만3천명으로 늘어났다.
일부 지방정부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무료입장이나 할인 행사를 펼쳤다. 쓰촨성은 러산대불 등 190곳이 할인 이벤트에 나섰다.
국경절 황금연휴 맞아 자금성 관광한 중국인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호규 기자
donnie@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