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등으로 유명한 조정래 작가는 15일 `친일파 발언 논란`과 관련, 이를 `광기`라고 비판한 진중권(57)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해 "사죄하지 않으면 작가 명예를 훼손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조 작가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진중권이라는 사람이 나를 비난하고 심지어 대통령 딸까지 끌어다가 조롱했는데, 그 사람도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지금 그 사람한테 공개적인, 진정 어린 사죄를 요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조 작가는 지난 12일 `등단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토착왜구라고 부르는, 일본의 유학을 갔다 오면 무조건 다 친일파가 되어버린다. 민족 반역자가 된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어법에 맞지 않는 문장이지만 대부분 언론은 `일본의` 부분만 문맥에 맞게 `일본에` 또는 `일본을`로 수정해 보도했다.
그러자 같은 날 진 전 교수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정도면 `광기`라고 해야 한다"면서 "시대착오적인 민족주의 안에 잠재되어 있는 극우적 경향이 주책없이 발현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진 전 교수는 "대통령의 따님도 일본 고쿠시칸대학에서 유학한 것으로 아는데, 일본 유학하면 친일파라니 곧 조정래 선생이 설치하라는 반민특위에 회부되어 민족반역자로 처단당하시겠다"고 말해 조 작가와 여권 일부의 강한 반발을 산 바 있다.
조 작가는 당시 발언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분명히 `토착왜구`라고 그 대상을 한정하고 제한했다"며 "그런데 언론이 가장 핵심적인, 중요한 주어를 빼버리고 `일본에 유학 갔다 오면 전부 친일파 된다`는 문장만 집어넣어서 기사를 왜곡함으로써 이렇게 일파만파 오해가 생기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작가는 전날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서도 진 전 교수가 "무례와 불경"을 저질렀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한 바 있다.
논란이 나흘째 이어지자 진 전 교수도 재반박에 나섰다.
진 전 교수는 15일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려 조 작가의 발언은 "`일본에 유학을 갔다 오면 무조건 다 토착왜구라 부르는 친일파가 됩니다. 민족반역자가 됩니다.`로 해석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당혹스러운 것은 자신을 `대선배`라 칭하고 `사회적 지위`를 내세우며 `무례와 불경`을 말한다는 것"이라며 "자신을 신성불가침의 존재로 여기는 이 권위의식은 매우 불편하게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에 호소하는 것은 그의 권리이니 존중해 드린다. 나는 이 진흙탕에 빠지지 않고, 이 문제를 역사철학에 관한 학문적 논쟁으로 승화하는 길을 택하겠다. 독일에서 있었던 `역사학자 논쟁`(Historikerstreit)이 좋은 모델이 되겠다"면서 "고소당한 기념으로 이 작업을 좀 더 진지한 저술작업으로 연결시킬 예정"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오전 올린 글에서도 "`토착왜구`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데에 대한 문제의식은 아예 없어 보인다. 그게 과거에 이견을 가진 이들을 `빨갱이`라 몰아서 탄압하던 독재정권의 행태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며 조 작가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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