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분평동에 사는 프리랜서 강사 김모(29)씨는 최근 반려견을 위해 구입한 옷을 중고거래 사이트에 내놨다.
반려견이 살찌는 바람에 못 입게 됐을 뿐 새것이나 다름없다.
새 옷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을 정하자 그의 물품은 순식간에 팔렸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수입이 준 김씨는 그 돈으로 같은 사이트에서 한 달 치 반려견 간식을 값싸게 구매했다.
그는 "중고물품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예전 같으면 그냥 버리나 재활용품으로 배출했을 하찮은 물품도 전부 돈이 된다"며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기도 힘든 상황이어서 반려견 용품을 주로 중고사이트에서 구입한다"고 말했다.
충주 중앙탑면에 사는 전업주부 이모(28)씨도 중고거래 사이트 애용자다.
그는 최근 몇 번 사용하지 않은 실내 운동기구를 절반 값에 구입했다.
그는 "웬만한 사이트마다 가재도구부터 육아용품까지 없는 게 없다"며 "잘 찾아보면 새 제품과 다름 없는 가성비 좋은 중고품이 많다"고 귀띔했다.
코로나19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중고 거래가 활기를 띠고 있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새것 대신 값싼 중고물품을 찾거나, 안 쓰는 물건을 정리해 현금화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17일 중고거래 서비스 업체인 번개장터에 따르면 지난 8월 중고물품 거래량과 거래액이 지난해보다 각각 25%, 21% 증가했다.
품목별로 보면 헬스·요가 관련 물품거래가 40% 이상 늘었고, 가구·인테리어 소품거래도 20%나 증가했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외출이 줄어들면서 집에서 운동하는 홈트레이닝 기구나 집 꾸미기 용품을 찾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 거래량도 코로나19가 창궐한 지난 3월부터 9월 사이 61% 급등했다.
이 기간 전체 거래량은 지난해보다 2.9배 많다.
중고물품은 주로 택배거래 형태로 이뤄지지만, 요즘은 가까이 사는 주민끼리 직거래하도록 연결해 주기도 한다.
다만 중고거래가 증가하면서 이를 악용하는 사기범죄도 같이 늘고 있어 이용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에서는 2천311건의 중고거래 사기 신고가 접수됐고 올해도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중고거래가 늘면서 송금만 받고 연락을 끊거나 엉뚱한 물건을 보내는 경우 등이 적지 않다"며 "경찰청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범죄 위험 전화번호를 식별할 수 있는 만큼 적극 활용해달라"고 충고했다.
인터넷 중고거래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호규 기자
donnie@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