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코로나19` 사태가 몰고 온 충격에서 완연히 벗어나는 모습이다.
미국이 여전히 코로나19 대유행의 혼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이 중국이 먼저 경제 정상화에 성공함에 따라 세계 1∼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 속에서 양국 간 국내총생산(GDP) 규모 격차도 좁혀지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9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4.9%로 집계됐다.
중국의 분기 경제성장률은 코로나19 사태가 가장 심각했던 1분기 통계 발표 이래 최악인 -6.8%까지 떨어다가 2분기 3.2%로 급반등한 데 이어 이번에는 5% 가까이로 오르면서 확연한 브이(V)자 모양의 곡선을 그려나가고 있다.
코로나19 발생이 보고되기 전인 작년 4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6.0%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가깝게 회복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최초로 경제를 정상화한 나라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강도 높은 봉쇄 조치와 코로나바이러스 2차 감염 파도와 싸우는 가운데 세계의 정책 결정자들은 수요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중국의 견조한 회복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3일(현지시간) 펴낸 `세계 경제 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4.4%가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중국만이 1.9%의 플러스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코로나19 처음 퍼지기 시작할 때 확산 상황을 은폐·축소해 세계적인 대유행을 초래했다는 광범위한 비난을 받았다.
이후 인구가 1천만명에 가까운 대도시인 우한(武漢)을 전면 봉쇄하고 전 시민의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것과 같은 공격적 대처로 비교적 효과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을 통제하면서 2분기부터는 멈춰선 경제를 다시 본격적으로 정상화하기 시작했다.
최근까지 베이징, 칭다오 등지에서 일부 환자가 발생하는 등 재확산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 국가 특유의 강력한 행정력을 동원해 해당 지역을 봉쇄한 채 주민 전수 검사를 하는 방식으로 추가 확산을 틀어막았다.
전반적으로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진 점 못지않게 그간 국가 주도의 인프라 투자와 수출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소비 회복세가 뚜렷해졌다는 점도 중국 경제 전망을 보다 밝게 하는 요소로 평가된다.
소비 활력을 반영하는 소매판매의 9월 증가율은 3.3%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 1.6%도 크게 웃돌았다.
중국 월간 소매판매는 증가율은 지난 1∼2월 -20.5%까지 추락했다가 지난 8월 0.5%를 기록해 처음으로 플러스로 돌아섰는데 이번에 상승폭이 커진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대량 실직과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인한 소비자들의 재택 선호 탓에 중국의 소매 판매는 뒤처져 있었지만 3분기부터는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된 가운데 맞이한 10월 국경절 황금연휴 기간 일평균 소매판매액과 요식업 매출은 작년 국경절 연휴 때보다 4.9% 증가했다.
작년 소비가 전체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한 비중은 56%에 달했다는 점에서 전체 중국 경제 정상화에서 소비 회복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더욱이 지속적인 코로나19 대유행과 미중 갈등이라는 대외 환경의 악화 속에서 중국 정부가 내수 극대화와 기술 자립에 초점을 맞춘 `쌍순환(이중순환) 경제` 전략을 새로 표방하면서 이룬 소비 회복의 의미는 더욱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미국 경제가 여전히 코로나19의 충격에 허덕이는 사이 중국만 경제를 빠르게 정상화함에 따라 중국이 미국의 GDP 총량을 따라잡는 날이 2030년 초반께로 기존 전망보다 앞당겨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IMF는 이번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중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각각 1.9%, 8.2%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4.3%를 기록하고 내년 성장률도 낮은 기저효과에도 3.1%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정을 바탕으로 계산하면, 2021년 중국의 GDP는 15조8천억 달러로 미국의 GDP 21조2천억 달러의 약 75%에 근접하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당시 중국 GDP는 미국의 31%밖에 되지 않았다.
왕타오(汪濤) UBS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10년 후인 2030년 미국과 중국의 GDP가 각각 26조6천억 달러, 26조8천억 달러가 되어 GDP 총량 기준에서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경제 대국의 자리에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중국 경제의 회복세가 뚜렷해졌지만 신냉전으로 불릴 정도로 악화한 미중 관계는 여전히 중국 경제 전반에 짙은 불확실성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국의 주요 교역 상대방인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일로라는 점 역시 중국 경제에 부담 요인이다.
창수 블룸버그 애널리스트는 "많은 것들이 미 대선 뒤의 미중 관계가 어떻게 진전될지에 걸려 있다"며 "어떠한 무역 마찰의 악화도 수출 회복을 방해할 수 있다"며 "동시에 유럽과 미국에서 다시 기승을 부리는 바이러스가 글로벌 회복을 복잡하게 만들고 중국 자체의 회복까지 방해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한 코로나19 사태 이후 여전한 중국 내 고용 불안, 양극화 심화, 가계·기업 부채 증가, 유동성 확대로 인한 주택 가격 상승 등 문제는 여전히 중국 당국의 경제 관리에 부담을 주는 요인들이다.
창수 애널리스트는 "실업과 기업·가계 부채 증가로 인한 압력을 고려한다면 경기 회복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는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중국 경제성장률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