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만명을 넘어서는 등 2차 유행이 시작된 이탈리아에서 정치권 등의 저항 등으로 한국식 추적 모델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월터 리치아르디 이탈리아 보건부 고위 자문관은 19일(현지시간)에 발간된 현지 일간 라 레푸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WHO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는 리치아르디는 1차 유행 때인 지난 3월 추적-검사-격리를 뼈대로 하는 한국 모델에 주목해 이를 도입하는데 앞장선 인물이다.
그는 당시 "이탈리아와 한국의 코로나19 그래프를 비교하면 할수록 한국의 대응 전략을 따라야 한다는 확신이 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을 모아 한국 모델을 연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고 드라이브-스루 검사 방식과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해 알려주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 등을 속속 도입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지금 이탈리아는 코로나19 확산에 다시 한번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리치아르디는 한국식 모델이 이탈리아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그는 `이탈리아가 동아시아 일부 국가처럼 더 효율적이고 기술적인 추적을 할 시간이 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일부 지역은 확산세를 진화하기에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며 "이들 지역은 추적에만 의존할 수 없으며 봉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지역의 경우 추적 기능을 강화해 바이러스를 예방할 여지가 있다면서 한국처럼 얼굴 인식 카메라까지 동원할 필요는 없겠지만 지금보다는 기술적으로 더 유용한 추적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치아르디는 한국식 추적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는 원인으로 정치권의 저항을 언급했다. 그는 지난 4월 이를 제안했으나 정치권으로부터 이탈리아에서는 적용될 수 없다는 반박을 들었다고 한다.
공들여 만든 동선 추적 앱도 실제 쓰는 사람이 전체 국민의 10%도 되지 않아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상황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최소한 전체 국민의 60∼70%가 앱을 깔고 실행해야 그 효과를 담보할 수 있는데 정부가 이를 의무가 아닌 자발적 사용 영역으로 두면서 사실상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치아르디는 이탈리아에서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한 배경으로 무분별한 모임·파티 등을 꼽았다. 이어 각 가정 내에서의 2차 감염이 진행되면서 확진자가 빠르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일부 지역은 이미 통제력을 상실한 상태라고 그는 진단했다.
그는 1차 유행 때와 마찬가지로 중환자실 점유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면서 현 상황에서 겨울철 독감까지 겹치면 `재앙`이 닥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