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맞고 이틀 뒤 숨진 10대 고등학생은 평소 알레르기성 비염 외에 특별한 질환을 앓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질병관리청은 19일 참고자료를 내고 "사망한 17세 고등학생은 접종 전후 알레르기 비염 외 특이한 기저질환(지병)이나 특별한 증상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앞서 질병청에 따르면 인천 지역에 거주하는 이 남학생은 지난 14일 낮 12시경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독감 백신을 무료로 접종했다. 백신은 `국가조달물량` 즉, 정부가 의료기관에 제공한 백신이다.
이 남학생은 접종 전후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으나 약 이틀 뒤인 16일 오전 숨졌다.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이 남성은 이미 숨져 시반(사후 혈액이 아래로 쏠려 시신에 나타나는 반점)과 강직 현상이 나타난 상태였다.
현재 경찰은 이후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백신 접종과 사망 간 관련성은 적을 것 같아 보이지만 사인은 미상"이라는 취지의 1차 구두 소견을 전달받고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질병청은 "현재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부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질병청은 숨진 남학생이 접종받은 의료기관에서 제조번호가 같은 백신을 맞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상 반응이 나타나는지 신고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질병청은 "접종된 백신은 국가조달물량 백신으로 신성약품의 컨소시엄 업체에서 배송한 제품"이라면서도 "유통과정 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백신"이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예방접종으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으로는 `아나필락시스 쇼크`나 `길랭-바레 증후군` 등이 거론된다.
아나필락시스는 특정 식품, 약물 등 원인 물질에 노출된 뒤 수 분 혹은 수 시간 이내에 전신적으로 일어나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다. 길랭-바레 증후군은 감염 등에 의해 유도된 항체가 말초신경을 파괴해 마비를 일으키는 신경계 질환을 뜻한다.
보건당국은 현재로서는 이런 중증 이상 반응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나필락시스는 접종 직후에 일어나며 길랭-바레 등 다른 중증 이상 반응은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다른 임상 소견이 나온다"며 "아직 인과관계를 이야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독감 백신 접종에 따른 피해 보상이 인정된 사망 사례는 현재까지 1건이다.
사망자는 65세 여성으로, 2009년 10월 19일 계절 독감 백신 접종을 받은 뒤 이틀이 지난 21일부터 양쪽 팔, 다리 근력이 저하되는 증상이 나타나 `밀러-피셔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이 여성은 입원 치료를 받던 중 흡인성 폐렴이 발생했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끝내 사망했다.
백신 접종 전 특이한 기저질환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