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상에서 청소년을 상대로 높은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대리입금`이라는 신조어 들어보셨습니까?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대리입금을 근절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온라인상에선 연 1,000%가 넘는 고금리 대출이 활개 치고 있습니다.
왜 근절하지 못하는 건지 정호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5만 원을 빌리고 싶다는 게시글을 SNS에 직접 올려봤습니다.
채 한 시간이 안 돼 돈을 빌려주겠다는 댓글이 달립니다.
대출 방식 등 구체적인 조건은 일대일 메신저를 통해 은밀하게 전달됩니다.
청소년을 상대로 SNS에서 성행하는 이른바 `대리입금`입니다.
5만 원을 일주일간 빌리는데 수고비 명목으로 1만 5,000 원을 요구합니다.
연이율로 환산하면 무려 1,560%.
법정 최고이자율 24%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 지각비로 하루 5,000 원씩을 내야 합니다.
1년을 연체할 경우 갚아야 할 돈은 186만 원으로 불어납니다.
대출금을 갚지 않을 경우에 대한 대비도 치밀합니다.
대출 과정에서 확보한 학생증과 부모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상환 압박용으로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청소년들이 불법 추심과 개인정보 유출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셈입니다.
이 같은 실태를 파악한 감독 당국은 이미 지난해 3월 타 부처와 협조해 대리입금 행태를 뿌리 뽑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6월부터 올 5월까지 감독 당국에 접수된 대리입금 광고 제보만 약 2,100건에 달할 만큼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불법 대출로 신고하려고 해도 법의 보호를 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10만 원 미만의 소액 대출은 이자제한법이 적용되지 않는 데다 이들을 단속할 만한 법적 근거도 미비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금융감독원 관계자
"(불법 대부)업이라는 걸 판단을 하려면 불특정 다수에게 지속적으로 여러 번 했다는 게 밝혀져야 하거든요. 얼마나 여러 번 했는지, 얼마나 영향이 큰지, 얼마나 불특정 다수에게 했는지 고려해서 하는 거지, 몇 명한테 몇 회 이상 이렇게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트위터 등 SNS 업체의 본사가 대부분 해외에 있다는 점도 단속의 걸림돌입니다.
[인터뷰] 여현철 / 방심위 법질서보호팀장
"(불법 사금융 광고가) 즉각적으로 사라지면 좋겠지만 물리적 환경에서는 어렵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의결은 거쳐야 하잖아요. 심의하면 즉각 보내서 (해외)사업자가 바로 이행하게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금융당국이 칼을 빼든 지 약 일 년 반이 지났지만, 청소년들은 여전히 SNS 불법 대출의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정호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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