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성인이 독감 백신 접종 부작용을 경험하는 일은 드물지만, 올해 유독 사고가 나오다 보니 백신 자체에 대한 우려도 큰 상황이다.
아직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여러 가능성에 주목한다.
◇ 21일 기준 1300만 명 접종, 9명 사망
21일 기준으로 국내에 독감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은 1,297만 명이며, 사망사례는 총 9명이다.
9명을 살폈을 때 1명을 제외(17세)하면 60대 이상이라, 고령자에게 잘 나타나는 심뇌혈관질환 등으로 사망했을 가능성도 있어 정확한 인과관계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보건당국은 조사에 들어갔으며, 백신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접종자 증가·아나필락시스 등 여러 원인 추측
전문가들은 여러 원인을 추측할 수 있지만, 정확한 부검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속단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추측되는 원인은 접종자 수 증가와 아나필락시스·과민반응, 유통이나 제조상 백신 오염 등이다.
최혜숙 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올해 코로나19 문제로 독감 백신을 맞은 사람이 많아졌다"며 "희박한 확률로 백신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접종자 수가 많아지면 그만큼 부작용 건수도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갑각류를 먹은 뒤 호흡곤란을 느끼고 응급실에 가는 것처럼, 백신에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아나필락시스·과민반응은 일부 원인으로 추측된다.
김준곤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 위원장은 "사망원인과 인플루엔자 예방접종과의 관계에 대해 인플루엔자 백신이 독성물질을 가지고 있지 않은지, 급성 아나필락시스나 과민반응이 원인이 될 수 있는지 등을 검토했다"며 "동일한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에게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반응을 봐서는 백신 자체의 문제는 배제했고, 현재 정확히 의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시간관계상 2명이 급성기 과민반응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나필락시스는 평소 알레르기가 심하게, 잘 나타나는 사람일수록 주의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계란 성분 등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알레르기 반응이 동반될 수 있으니 백신 접종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한편, 2명을 제외한 나머지 사망자는 아나필락시스가 원인일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의료계는 판단하고 있다.
최혜숙 교수는 "아나필락시스라면 백신 접종 직후 이상증상이 곧바로 나타난다"며 "접종 후 큰 문제 없이 지내다 2~3일 뒤 갑자기 사망했다면 아나필락시스가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상온보관 등 특정 이유로 병원균에 오염된 백신을 접종했다면 패혈증으로 사망할 가능성도 있다.
최혜숙 교수는 "병원균에 오염된 백신을 주사했다면 맞은 곳에 통증이 느껴지고 딱딱하게 부어오르며 시간이 지나면 패혈증으로 사망할 수 있지만, 2~3일 내 패혈증으로 사망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라 이 또한 가설일 뿐"이라며 "다만 사망자들이 특정 백신을 맞은 경향이 있다면 해당 회사의 백신 관리 시스템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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