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망 3명인데 독감백신 사망 9명…질병청 "백신 자체 문제 아냐"

입력 2020-10-21 22:16   수정 2020-10-21 22:35

"독감 백신 접종과 사망 간 직접적인 연관성 확인되지 않아"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접종받은 뒤 사망한 사람이 현재까지 9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1명의 사인은 독감 백신 접종 부작용 가운데 하나로, 전신 중증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 쇼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건당국이 정밀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애초 2명이 이 부작용으로 의심됐으나 1명은 사인이 질식사로 밝혀짐에 따라 제외됐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1일 오후 독감 백신 관련 긴급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정 청장은 "현재까지 사망 사례가 총 9건 보고돼 그중 7건에 대해 역학조사와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 등이 진행 중"이라면서 "또 같은 날짜에 같은 의료기관에서 동일 백신의 제조번호로 접종받은 접종자에 대해 이상반응 발생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 "백신 자체 문제에 의한 사망 아냐"…사망자 5명 기저질환 보유
질병청은 일부 사례의 경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지만, 전체적으로 독감 백신 접종과 사망 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질병청은 아울러 전체 독감 예방접종 사업을 중단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며 접종 계속 진행 방침도 분명히 했다.
정 청장은 "21일 오전까지 보고된 총 6건의 사망 사례에 대해 논의했으나 특정 백신에서 중증이상 반응 사례가 높게 나타나지 않았다"며 "사망 사례 중 2건은 아나필락시스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며, 나머지 신고 사례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부검 결과와 의무기록 조사 등 추가 조사를 통해 인과관계를 확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특정 식품과 약물 등의 원인 물질에 노출된 뒤 수분, 수 시간 이내에 전신적으로 일어나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다.
일종의 백신 단백질 과민 반응으로, 심한 달걀 알레르기가 있다면 중증 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독감 백신은 유정란에서 바이러스를 배양해 생산하는 제품이 많기 때문이다.
당초 질병청과 독감백신 예방접종피해조사반은 사망자 중 2명이 각각 접종 후 2시간 반, 12시간 만에 사망한 점을 들어 아나필락시스 쇼크 가능성을 의심했었다.
그러나 이날 오후 늦게 대구 지역 사망자의 사인이 질식사로 확인되면서 아나필락시스 쇼크 의심 사례에서는 제외됐다.
대구 지역 사망자는 이상반응 신고 건수에서는 제외되지 않지만 `백신과 사망 간 관련성 없음`으로 처리될 예정이라고 질병청은 전했다.
이날 오후까지 신고된 사망자 9명 가운데 신상이 전혀 공개되지 않은 1명을 제외한 8명의 연령대는 80대와 70대가 각 2명이고, 90대·60대·50대·10대가 각 1명이다. 8명의 거주지는 서울, 경기, 인천, 대구, 대전, 전북(고창), 전남(목포), 제주다.
이날 브리핑에 배석한 독감백신 예방접종피해조사반은 백신 자체의 문제로 사망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조사반 반장인 김중곤 서울의료원 소아청소년과장은 "동일한 백신을 접종받은 많은 분들이 별다른 문제 없이 괜찮았다는 반응을 봐서는 백신이 독성물질을 갖고 있다거나 하는 현상은 발견할 수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며 "백신 자체의 문제는 배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시간적 관계를 살펴보면 (1차 조사를 한 사망자) 6명 중 2명을 제외하고는 급성기 과민반응과도 관련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사망자 6명은 모두 과거 독감백신 접종 이력이 있었고, 이 중 5명은 기저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기저질환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부검 등을 통해 조금 더 확실히 규명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6명 중 5명은 모두 고령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 독감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총 431건…현재까지 1천297만명 독감백신 접종
전날 기준으로 사망 사례를 포함해 독감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신고는 총 431건으로 집계됐다.
이상반응을 유형별로 보면 알레르기가 119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국소반응 111건, 발열 93건 등의 순이었다. 기타 이상반응은 104건이다.
이상반응 사례 중 유료 접종자가 154명, 무료 접종자가 277명이다.
이 가운데 `상온노출`이나 `백색입자` 논란으로 수거 또는 회수 대상인 백신을 접종받고 이상반응을 신고한 사례는 84건으로, 대부분 국소반응·발열·알레르기 등 경증이었다.
이날 기준으로 전국에서 독감 백신 접종을 받은 사람은 약 1천297만명이다. 이 중 국가예방접종사업으로 무료접종을 받은 사람은 836만명이고, 유료접종자는 461만 명이다.
국가예방접종 대상자 가운데는 만 12세 이하 어린이의 68.8%, 임신부의 34.1%, 만 13∼18세 청소년의 48.2%, 어르신의 31.1%가 각각 접종을 마쳤다.
한편 질병청은 2009년 이후 독감백신을 접종받고 사망한 사례는 25건이며, 이 가운데 백신 접종에 따른 이상반응이 인정된 것은 1건이라고 밝혔다. 2009년 접종 후 `밀러-피셔 증후군` 진단을 받은 뒤 이듬해 2월 사망한 65세 여성이다.
밀러-피셔 증후군은 희귀 말초신경병증으로, 근육 마비나 운동능력 상실 등을 수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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