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1840∼1926)의 대표작 중 하나인 `수련 연못`(The Water-Lily pond)을 재해석한 뱅크시의 작품이 무려 112억원에 팔렸다.
`얼굴 없는 작가`로 유명한 뱅크시는 전 세계 거리의 건물 외벽에 그라피티를 남기거나 미술관에 자신의 작품을 몰래 걸어두는 등의 파격적인 행보로 유명하다.
난민과 사회적 약자를 옹호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세력과 자본가 계급을 향한 비판의 메시지로 유명한 그의 작품은 서구의 미술품 시장에서 고가에 팔린다.
22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 AFP 통신에 따르면 전날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뱅크시의 유화 `쇼 미 더 모네`(Show Me The Monet)가 755만1천600 파운드(약 112억원)에 낙찰됐다.
9분간 5명의 수집가가 경쟁을 펼치면서 당초 낙찰 예상가였던 350만∼500만 파운드(약 52억∼74억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 작품은 프랑스 파리 지베르니에 있는 정원과 일본식 다리를 묘사한 모네의 작품을 현대사회의 불법 쓰레기 투기 현장으로 탈바꿈시켰다.
다리 밑 연못이 수련으로 가득 찼던 원작과 달리 뱅크시 작품에서는 쇼핑 카트와 주황색 교통콘(traffic cone)이 연못에 빠져 있다.
소더비 유럽 현대미술 부문 책임자인 알렉스 브란식은 "저항과 사회적 반대에 통찰력이 있는 뱅크시는 소비지상주의의 낭비적 과잉을 위해 환경을 무시하는 사회를 조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몇 년간 뱅크시 작품이 경매에 나왔지만, 이 작품이 가장 강력하고 상징적이라고 덧붙였다.
`쇼 미 더 모네`는 2005년 작품으로, 여러 고전을 변형한 `더 크루드 오일`(The Crude Oils) 컬렉션 중 하나다.
모네 외에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가 시들고 죽은 모습, 앤디 워홀이 그린 메릴린 먼로의 얼굴을 케이트 모스로 다시 그린 작품 등도 있다.
이번 경매를 통해 `쇼 미 더 모네`는 역대 뱅크시 작품 중 두 번째로 비싼 작품이 됐다.
앞서 뱅크시가 브렉시트(Brexit) 과정에서 영국 정치권의 난맥상을 비판하며 하원의원들을 침팬지로 묘사한 `위임된 의회`(Devolved Parliament)는 지난해 10월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987만9천500파운드(약 147억원)에 낙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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