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인 관피아.
이 조어는 재무부(MOFE)와 마피아의 합성어인 `모피아`에서 파생된 말인데요.
2000년대 초반부터 경제관료 출신들이 금융기관과 협회장 자리를 독식하기 시작하면서 이런 별칭이 생겨났습니다.
그런데 왜 유독 금융권에서만 관피아 논란이 끊이지 않는걸까요.
그 원인은 금융산업의 특수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금융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으로 꼽힙니다.
대표적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수 있습니다.
정부는 대출을 옥죄거나 완화하는 정책을 통해 부동산 시장에 개입합니다.
이런 정책은 당장 은행의 이자수익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은행, 보험, 카드, 증권사 등 금융사들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때도 정부의 규제는 민감하게 작용합니다.
이처럼 정부의 정책과 규제에 금융사의 `흥망성쇠`가 달려 있다보니 금융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정부와 대화가 가능한 관료 출신 리더를 찾게 된 겁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재난이 발생하면서 소상공인 금융지원, 대출원리금 납입 유예 등 시장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금리는 물론 대출 한도까지 정부의 입김이 더욱 세진 만큼 민간 금융사들은 더욱 큰 목소리를 내줄 막강한 수장이 필요해진 겁니다.
최근 5년간 금융관료 출신의 금융권 분포 현황입니다.
관료 출신 인사들이 금융사의 감사, 또는 사외이사 등으로 다시 자리 잡은 사례들을 볼 수 있는데요.
특히 금융공기업이나 증권사, 보험사의 경우 기재부와 금융위 출신들이 재취업한 사례가 눈에 띕니다.
올해 초에는 3대 국책은행장이 모두 관료 출신들로 채워졌습니다.
기재부 출신인 윤종원 기업은행장과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금융감독위원회 출신인 이동걸 산업은행장이 그들인데요.
은행을 경영해본 경험이 없어도 관료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은행장에 낙점되는 사례.
`규제`와 `감독`이라는 금융산업의 생태계 안에선 경영 능력 보다도 정부와의 소통력이 CEO의 중요한 경쟁력이 된 셈입니다.
지난 2003년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국장이던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카드사태 등 시장의 자율기능이 무너졌을 때 당국이 나서야 한다는 맥락에서 나온 말입니다.
최근 DLF 사태와 라임, 옵티머스 등 대규모 사모펀드 사태가 터지면서 정부로선 `관치`에 대한 강한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관치의 부활은 곧 수많은 관피아가 합법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해주는 토양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장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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