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도 파업 선택…완성차 '줄파업' 현실화

신동호 기자

입력 2020-11-19 17:20  

기아차도 끝내 부분파업에 돌입하기로 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의 도미노 파업 우려가 현실화했다.
코로나19 위기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노조의 잇따른 파업으로 협력업체까지 피해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는 이날 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를 열고 오는 24∼27일 하루 4시간씩 단축 근무하는 방식의 부분파업을 결정했다.
기아차 국내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캐파)이 148만대가량임을 고려해 하루 평균(연간조업일수 255일 가정시) 5,800대를 생산한다고 가정하면 이번 나흘간의 부분파업으로 1만1,600대의 생산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부분파업으로 기아차는 2011년 이후 9년 연속 파업에 돌입하게 됐다.
특히 지난달 30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차그룹 총수로는 19년 만이자 취임 후 보름 만에 다소 파격적으로 현대차 노조 지부장과 만나 오찬을 함께 하며 형성했던 노사 화합의 분위기가 기아차까지 미치지는 못했다.
기아차 사측은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파업하지 않을 경우 성과급 150%와 코로나 특별 격려금 12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우리사주 등을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측이 기존 공장 내 전기·수소차 모듈 부품공장 설치 등의 고용안정 방안, 정년 연장, 잔업 30분 임금 보전 등에 대한 노조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 교섭 결렬 이유다.
노조 측은 "사측이 `어렵다`는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을 뿐 노조 측 교섭단이 결단할 수 있는 제시를 하지 않고 있다"며 "더 이상의 소모적인 교섭은 의미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유일하게 9월과 10월 2개월 연속 내수와 수출 모두 증가세를 기록하고, 미국 시장에서도 9월 판매량이 현대차를 넘어서는 등 상승세를 탔지만 노조의 파업 결정으로 발목이 잡히게 됐다.
기아차보다 먼저 파업에 들어간 한국GM을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GM 노조가 쟁대위 결정대로 20일까지 부분파업을 하게 되면 부분파업 일수는 지난달 30일부터 총 12일이 된다. 여기에 잔업·특근 거부까지 맞물려 있어 이번 파업으로 인한 생산 손실만 2만대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미국 GM 본사에서 한국 시장에서의 철수를 시사하기도 했다.
스티브 키퍼 해외사업부문 대표는 전날 로이터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노조의 행동 때문에 한국에 추가적인 투자나 새 제품 할당을 하기 어렵다"며 "이는 한국의 경쟁력을 약화하고 있고 한국에서 투자를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잃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 노사도 갈등을 겪고 있다.
강경파인 박종규 현 노조위원장이 지난 9일 연임에 성공한 이후 노조는 사측의 정비지점 매각 추진에 반발하고 나서며 강경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차 사장이 최근 기자들과 만나 "한국 시장에 남기를 강하게 원한다"며 "노조와 대화를 통해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으나, 정작 이와 상반된 행보를 보인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이날 정기 대의원대회를 열고 쟁의 찬반투표 여부 등을 포함한 향후 투쟁 방향을 정할 예정이다.
르노삼성차의 올해 임단협은 지난 9월 6차 실무교섭 이후 교착된 상태로, 이후 르노삼성차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노조가 임단협 교섭에 앞서 파업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노사 갈등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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