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재무장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재닛 옐런(74)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차기 행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으로 지명할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공식 지명 후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옐런 전 의장은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재무장관이 된다.
또 미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연준 의장),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모두 역임한 최초의 인물이 될 예정이라고 WSJ이 전했다. 옐런은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번 결정에 관해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옐런 전 의장의 낙점 소식을 전했으나, 옐런 전 의장 본인은 언론의 확인 요청에 답하지 않고 있다.
뉴욕시 브루클린 태생인 옐런 전 의장은 브라운대를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저명 노동 경제학자다.
하버드대 조교수, 연준 이사회 이코노미스트, 런던정경대 강사를 거쳐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로 활동한 그는 클린턴 행정부 때인 1997년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을 맡아 본격적으로 공직에 발을 들였다.
2004∼2010년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지낸 뒤 연준 부의장을 거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의해 2014년 연준 의장으로 지명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미 통화정책을 지휘한 그는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노동시장 개선을 견인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4년의 재임 기간에 기준금리를 5번밖에 올리지 않았고, 임기 말에서야 비로소 금융위기 시절 양적완화에 따라 연준이 매입한 4조달러 규모의 자산을 축소하기 시작했다고 CNBC방송이 전했다.
2018년 임기를 마친 옐런 전 의장은 연임을 희망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현 의장을 앉히면서 단임으로 물러나야 했다.
퇴임 후 브루킹스연구소에서 근무한 옐런 전 의장은 대선 전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에게 경제 정책에 관해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바이든 캠프 주최 비공개 경제 브리핑에 참석한 사실이 크게 보도된 바 있다.
옐런 전 의장의 재무장관 지명은 민주당의 상원 다수당 탈환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바이든 당선인으로서는 정치적으로 안전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당선인은 월스트리트 자본가들에게 비판적인 진보 성향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도 재무장관 후보로 검토했으나, 인준 과정에서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찬성을 얻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2014년 연준 의장 인준 때 공화당 상원의원 11명의 지지를 얻은 옐런 전 의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라는 절박한 시국과 맞물려 재무장관 인준에서도 초당적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옐런 전 의장은 탄소배출세 도입을 주장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와 민주당 내 진보 진영으로부터도 호감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적 채무를 관리하고, 외국에 대한 경제 제재를 집행하며, 납세 현황을 감독하는 미 재무장관직은 미국의 경제를 선두에서 이끄는 일등항해사에 비유된다.
특히 옐런 전 의장은 취임 직후부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대량 실업 위기 해소와 추가 경기부양 패키지 협상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떠맡아야 할 전망이다.
시장은 옐런 전 의장의 재무장관 낙점 소식을 반겼다.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장중 200포인트 안팎의 오름세를 보이다 WSJ 보도 직후 상승폭을 확대해 327.79포인트(1.12%) 오른 29,591.27로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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