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탄소중립’이 전 세계적인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유럽이 주도해오던 탄소중립 대열에 미국과 중국이 경쟁적으로 합류하면서, 다가올 기후변화 시대를 선도하려는 주도권 경쟁으로 확산하고 있는데요.
전 세계에서 8번째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우리나라의 준비는 어떨까요? 김민수 기자입니다.
<기자>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등장으로 기후변화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이 가장 극명한 차이를 보인 건 바로 환경 정책,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은 바이든 당선인의 핵심공약입니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 순배출량이 `제로(0)`가 되는 것을 뜻하는데, 이를 위해 바이든 행정부는 4년간 우리 돈으로 약 2천228조 원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또 취임 후 첫 행보로 트럼프가 탈퇴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복귀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인터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파리기후변화협약으로 복귀할 것입니다. 기후변화에 있어 전 세계를 선도하는 일로 다시 돌아가겠습니다. (I`ll bring us back into the paris agreement. I`ll put us back in the business of leading the world on climate change)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파리협약은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자는 약속인데, 전 세계 197개국이 참여했습니다.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완전 제로로 만들어야, 2100년까지 지구 온도의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의 파리협약 복귀는 트럼프 시절 주춤했던 탄소중립을 둘러싼 전 세계적인 주도권 경쟁이 다시 시작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터뷰> 이상준 에너지경제연구원 기후변화연구팀장
"트럼프 행정부 시절 동안 EU가 (기후변화 대응)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미국이 다시 주도권을 찾으려고 할 겁니다. 그러면 지금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경쟁에 가까운데요. 탄소중립 분위기가 더 강해질 겁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중심이다보니 우리한테는 도전적인 요소가 제법 있습니다."
파리협약을 앞두고 우리나라도 뒤늦게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습니다.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사실상 깜짝 발표에 나선 겁니다.
<인터뷰> 문재인 대통령 (10.28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여,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습니다."
하지만 시류에 편승한 선언에 그쳤을 뿐, 구체적인 실행계획이나 목표가 없어 알멩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논의가 필요한 데 그런 고민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인터뷰>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거는 우리 산업 활동의 변화, 우리 일상생활의 변화, 경제활동의 변화를 모든 걸 포괄해서 그 변화를 설명하지 않고는 온실가스 감축을 설명할 수 없어요."
실제로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배출량 전망치의 37%를 감축하겠다는 약속조차 지키지 못하면서 국제사회에서 `기후악당`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UN환경계획(UNEP)은 우리의 2030년 예상 배출량이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목표 대비 15%나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인터뷰> 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우리는 지난 5년 동안 아무것도 안했어요. 아무것도 안한 정도가 아니라 상황을 엄청나게 악화시켰어요. 그런 상황에서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나서면 국제사회에서 누가 우리 대통령의 말을 믿어줄까요. 국제적으로 전혀 설득력 없는 주장을 한 거에요. "
문 대통령의 2050년 탄소중립 선언으로 당장 산업계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국내 산업계의 탄소 배출량은 2018년 기준 4억500만톤으로, 우리나라 전체 배출량의 56%에 이릅니다.
단순 계산해도 앞으로 매년 1350만 톤 씩 줄여야 하는데, 삼성전자만한 사업장이 해마다 하나씩 문을 닫아야 가능한 목표입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2025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으로 환경 의무를 준수하지 못하는 국가나 기업 제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물리는 `탄소 국경세`까지 도입할 계획이어서 기업들은 고민이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경영계 고위관계자 (음성변조)
"어마어마하게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어마어마하게 모든 사람들 생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노력을 해야 하는데. 전기요금도 제대로 못바꾸는 나라에서 그게 가능하겠어요? 감축 로드맵이 더 셉니다. 감축 로드맵에 따라서 기업들이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면 기업들한테 엄청난 부담이 됩니다. 더 심각한 것은 (우리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이죠."
탄소 중립은 사실상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20세기 인류 문명의 성장을 뒷받침한 화석연료와의 이별을 뜻합니다.
경제와 산업의 변화는 물론 우리 일상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기 보다 미래를 내다 보는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민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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