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보수적인 미국 주류 음악계를 상징하는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에 마침내 후보에 올랐다.
그래미 어워즈를 주관하는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는 한국시간 25일(미국 서부시간 24일) 제63회 그래미 어워즈 후보 명단을 발표하며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를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후보로 지명했다.
그동안 방탄소년단은 막강한 팬덤, 새로운 세대 및 시대상과 공명하는 감성을 바탕으로 팝 시장 심장부에 빠르게 밀고 들어왔다. 다양성과 혁신 압박을 받아온 그래미도 이런 흐름을 반영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 관심은 내년 1월 31일 개최되는 그래미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의 이름이 수상자로 호명될지에 쏠린다.
지난해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 앨범을 히트시킨 방탄소년단이 끝내 그래미 후보에서 제외됐을 때 팬들과 음악계 내부의 비판이 거셌다. 당시 미국 음악매체 롤링스톤은 "그래미는 늘 그렇듯이 시대에 뒤처져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 이후 방탄소년단은 주류 팝 시장에서 한층 강력한 성과를 냈다. `다이너마이트`가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정상에 오르고 방탄소년단 곡 가운데 북미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히트하며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BTS 센세이션이 정점에 다다른 상황"(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이 됐다.
미국의 주요 시상식이나 음악축제가 출연진 가운데 방탄소년단을 가장 앞세워 홍보하고, 최근 열린 `2020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방탄소년단 무대가 피날레에 배치되는 등의 장면은 이제 새롭지 않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이제까지 그래미 후보 지명이 불발된 것과 관련해 "어떻게 보면 K팝에 대한 견제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2년 정도는 K팝이 견제할 수 있는 기세가 아니었고 `다이너마이트`라는 1위 곡도 나왔다"고 짚었다.
이처럼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주변부 마니아층의 것으로 더는 치부하기 어렵고 주류 팝 음악계도 외면할 수 없는 중요한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후보 지명은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 즉 미국 주류 음악계가 방탄소년단의 위상을 인정했다는 가장 가시적이고 상징적인 제스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래미는 음악산업계 동료들이 음악성을 가지고 평가하는 시상식이기 때문에 그동안 서구에서 `상품`으로 폄하돼온 K팝이 예술적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았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임진모 평론가는 "(K팝의) 존재감 자체가 미국 주류 안으로 파고들었다는 접근이 가능하다. 그것이 결국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이 후보 지명을 넘어 실제 그래미 트로피를 거머쥔다면 한국 대중음악은 물론 그래미 역사 자체에도 중요한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방탄소년단이 그동안의 활동에서 보여준 경쟁력이나 화제성을 고려한다면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서 수상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규탁 한국 조지메이슨대 교양학부 교수는 "올해 빌보드 차트나 음악 시장을 봤을 때 그룹이나 듀오 중에서는 활약상이 다른 그룹 못지않았다"며 "사회문화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수상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이너마이트`는 팬데믹 상황에서 방탄소년단 특유의 즐거운 에너지와 복고적 디스코 팝 사운드를 통해 사람들에게 위안을 건네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다만 그래미의 보수성이 워낙에 뿌리 깊어 수상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레코딩 아카데미는 최근 여성과 소수인종, 그리고 젊은 회원 비율을 높이기 위해 신규 회원을 받아들이기도 했지만, 혁신 노력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방탄소년단과 경쟁하는 후보들도 쟁쟁하다. 제이 발빈·두아 리파·배드 버니&타이니의 `언 디아`, 저스틴 비버와 퀘이보의 `인텐션스`,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레인 온 미`, 테일러 스위프트와 본 이베어의 `엑사일` 등 방탄소년단을 제외하면 모두 최근 팝 트렌드인 정상급 스타들의 컬래버레이션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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